오늘 단비가 내리니 모든 일이 순조롭게 풀려 모심기도 끝내고, 채소도 풍성하게 자라니 아난(阿難)이 합장(合掌)하고, 가섭(迦葉)이 눈썹을 날리는 시절이라 곧 영산회상 이로다. 선상(禪床)을 치면서 하시는 말씀이 부처님이 영산회상에서 삼처전심(三處傳心)을 하셨는데, 그 가운데 꽃 한 송이를 들어 보이신 것, 하나만 알면 이것이 곧 구족다문(具足多聞)인 것이다. 이 법은 입을 열어 말과 글로 하는 것이 아니라 종사(宗師)가 법상에 오르기 전에 법이 다 되었고 청중이 자리에 앉기 전에 법이 다 되었다. 이것이 곧 구족다문이다. 여기사 살펴보아야 선가(禪家)의 진진한 묘미(妙味)를 맛볼 수 있는 것이다. 부처님의 진리 법문은 참으로 만나기 어렵고 들기가 어려운 것인데 한 번 들으면 마치 천년만년이나 어두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