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엄경에 나타난 이시 항복기심의 내용을 살펴보면 부처님께서 능엄삼매에 드시어 우주를 보는 견해에 대하여 말씀하시기를 “중생이 세상 만물을 보는 것은 대체로 망심(忘心)에 의해서 보는 것이요, 모름지기 먼저 망심을 밝히고 삼매에 들어서 망심없이 세상을 보아라. 그래야 정수이며 그 마음이 진심이다. 삼매에서 보는 것은 또 부동의 마음이다. 흔들리지 않는다. 또 명망심(明忘心)하고 보는 것이 불멸이다. 무상하지 않은 것이다.
첫째로 이와 같이 볼 때는 부류실(不流失)이다. 다 기억되고 안다. 우리는 다겹생래로 망심을 가지고 세상을 보아 왔기 때문에 전생일을 까맣게 모르게 된다. 만일 번뇌 망상이 다 떨어진 진심(眞心)에서 전생을 보아 왔더라면 전생도 다 알고 기억될 것이다. 우리는 전생은 차치하고 10년 20년 전일도 대부분 잊어버리고 산다. 이는 다 망심에서 세상을 보기 때문이다.
두 번째, 불혼란(不棔亂)은 질서 정연하고 확실한 것을 말한다.
세 번째, 진심에서 보면 모두가 무의(無疑)다. 모두가 진실이니까 의심이 없다.
네 번째, 무분별(無分別)이다. 망상이 없이 진실이 나타나면 분별이 없어진다,
다섯 번째, 정량(情量)을 초월한다. 정(情)이란 마음의 색깔(마음을 심자 옆에 푸른 청자)이 있는 것이다. 중생은 세상을 보되 경계에 따라 여러 가지 색깔을 본다. 특정인을 사랑한다든가 좋아한다든가 나쁘다든지 멀거나 가깝다고 생각하여 취사 선택하는 마음이 망심이며, 정량의 마음이다. 순수한 마음 무색(無色)의 마음으로 세상을 보면 좋을 것도 나쁠 것도 없고 분별이 멀어진 순수한 상태가 될 것이다.
여섯 번째, 본다는 생각까지 떠나야 한다. 여기서는 미세한 집착까지 다 떼려고 한 것이다.
부처님께서는 아란존자에게 위와 같은 십(十)견을 통해서 진심이 나타난다고 하시고, 결국에는 오음(五蔭)이 여래창이요, 육군, 육경, 육처, 18계가 다 여래장이라 하셨다. 종국에는 부처와 범부가 따로 없고 사바와 성토가 하나가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이 10견을 통해서 진심이 나타나면 마음이 밝은 가을과 같아 산이 오면 산이 비치고 물이 흐르면 물이 비쳐서 본모습 그대로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 되는 것이다.
다음은 본다 하는 것은 색(色)인데 사성(四聖 : 부처님, 보살, 성문, 연각)과 6도(지옥, 아귀, 축생, 아수라, 인간, 천상)를 합해서 10색이다. 이 10색을 보는 데도 위와 같이 진심으로 볼 것이요. 그러면 보이는 것을 견마(見魔)의 10마를 항복받게 될 것이다.
그리고 듣는 것도 소리도 이와 같이 번뇌 망상이 없는 진심으로 들음으로써 10 성마를 항복받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색, 향, 미, 촉, 법(色香味觸法)의 6근 작용을 모두 항복받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능엄경의 50마를 모두 항복받음으로써 자신의 실상을 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집착이 많은 사람일수록 많이 보이고 많이 들이고 하다 보면 생각이 많아진다. 인연 따라 흐르더라도 10견을 분명히 하고 살 것이다. 옛날 어느 산사에서 ”나는 철저히 죽어 있기 때문에 더 이상 나쁜 일은 생기지 않으며 또 나는 철저히 살아 있기 때문에 더 이상 좋은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라고 하셨는데 철저히 죽어 있다 함은 제행무상인 것이다. 내”몸“은 허망한 것이니 변하고 없어질 것이고, 있다 해도 가짜로 있는 것이니 허수아비나 이미 죽어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와 같이 생각하니 죽음보다 나쁜 일은 없을 것이니 더 이상 무엇이 나쁠 것인가 한 것이고, 철저히 살아 있다 한 말은 진짜 나는 내 마음인데 마음이야 불생불멸이라 누가 죽일 수도 없고 내가 스스로 자살할 수도 없는 것이니 철저히 살아 있는 것이며 이보다 더 좋은 일은 없는 것이다. 이와 같이 인생을 보면 마음의 안정을 스스로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이 안. 이. 비, 설, 신, 의 6근을 항복받고 나면 무심(無心)이 되어 하루 종일 다니고 남과 일도 하고 장난도 하지만 하나도 마음에 남지를 않을 것이다. 어제 내가 종일토록 이야기해 놓고 오늘 만나면 또 모르게 된다. 농사를 뼈 빠지게 짓더라도 이 농사지어 꼭 뭘 하겠다는 생각 없이 농사만 지으면 되고, 장사를 해도 이 돈 벌어 꼭 무엇을 하겠다는 생각 없이 무심한 가운데 해야지, 그리고 잘되면 좋고 못돼도 좋다. 돈이 벌리면 나도 먹고살고 남들도 같이 먹고살아야겠다고 해야 된다. 이렇게 하는 것이 6근을 항복받게 되는 시작이 되는 것이다.
6 바라밀을 행한다는 것도 6근을 밝힌다는 뜻이 되나 육근이 청정하여 세상번뇌에 물들지 않으면 해탈의 언덕에 이를 수 있을 것이다. 달마조사께서도 6 바라밀(보시, 지계, 인욕, 정진, 선정, 지혜)을 닦고자 하면 육 근을 밝혀야 되고 6근을 밝히려면 먼저 6적을 항복받아야 한다고 하셨다.
눈의 도둑을 버리면 모든 빛(물질)의 경계를 떠나서 마음의 인색함이 없어져 ‘보시’라 하고 귀의 도둑을 항복받으면 소리의 경계에 끌리지 않음으로써 ‘지계(持戒)’라 하고 코의 도둑을 항복받으면 향취와 악취가 균등하여 자유롭게 길들여짐으로써 ‘인욕’이라 하고 혀의 도둑을 제어하면 삿된 맛을 탐내지 않으며 옳고 싫어하는 마음이 없음으로 ‘정진’이라 하고 몸의 도둑을 항복시키면 모든 애욕에서 초연하여 요동하지 않음으로 ‘선정(禪靜)’이라 하고, 뜻의 도둑을 항복받으면 무명(無明)을 따르지 않고 항상 각혜를 닦아 모든 공덕을 즐겨 닦음으로써 ‘지혜’라 한다.
끝으로 색, 성, 향, 미, 촉, 법(色聲香味觸法)에 이끌리지 않음으로써 6근을 항복받도록 하겠다고 맹세해야 된다. 첫째로 현상계의 모든 것은 남자나 여자나 산하대지나 어디에도 내 몸뚱이에도 이끌리지 않는 것이 본래의 마음자리이다. 물건이나 사람 보고 좋다 나쁘다 하는 생각 안 내는 것이 색(물질)에 안 끌리는 길이고 바로 인근을 항복받는 것이다.
둘째. 소리인데 유명 가수의 노래를 들으면 기쁘다든지 어떤 말을 듣고 좋다거나 싫다거나 하는 생각 안 해야 소리에 이끌리지 않는 것으로 이근(耳根)을 항복받는 것이다 즉 칭찬에도 육을 해도 움직임이 없어야 한다.
셋쩨, 향기인데 좋은 향기가 난다, 또는 나뿐 냄새가 난다 하는 것은 비근에 이끌리는 것으로 좋다고 생각하면 좋고 나쁘다고 생각하면 나빠지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이 마음먹기에 달려 있는 것이다. 그 자체에 향기가 좋고 나쁘고 가 없는 것인데 이 모든 것을 중생의 생각으로 만들어 그러는 것이다. 생각이 뚝 끊어져 마음이 삼매에 들어 일념이 되면 똥을 코에 발라도 냄새가 안 나고 방안에 향기를 꽉 채워도 향기가 안 나게 된다. 그러므로 성인들은 냄새 같은 객관에 마음이 끌리지 않는 것이다.
넷째, 맛인데 어느 식당에 가면 음식맛이 좋다고 하는데 생각이 ‘맛’ 즉 설근을 항복받지 못해서 그렇다 하루 세끼 밥을 꼭 먹어야 한다는 생각도 없어야 한다. 먹는 것도 무심한 가운데 먹고 일도 무심한 가운데 해야 된다.
다섯째, 촉감인데 젊은 남녀가 서로 만날 때에도 저 사람은 남자거니 또 저 사람은 여자거니 하는 생각이 없어야 하며 허망한 육신 모두가 가짜다. 남자건 여자건 무슨 관계가 있겠는가 모두가 껍데기며 똥오줌주머니라고 생각해야 한다. 그래서 육체에 대한 온갖 애착이 없어지고 온갖 관념이 없어져야 한다.
끝으로 생각(분별)인데 유교 교리는 어떻고 기독교는 어떻고 철학, 과학, 문학, 다 법인데 이런 것들에 이끌리는 마음이 없어야 말 그대로 무심의 세계에 도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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