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기 마당/내 이야기

내마음을 항복 받아야(육근의 항복, 1)

산울림(능인원) 2024. 9. 23. 17:10

  육근이라 함은 안이비설신의(眼耳鼻舌身意)를 말하는 것으로

  첫째, 번뇌는 만 가지로 차별이 되나 모두 때가 잔뜩 낀 마음이고 몸의 모양은 수가 없으나 모두 이름하여 중생이 다 여래께서 대자비로 널리 교화하여 남음 없는 열반에 들게 한 것은 여래께서 지시한 삼계(三戒) 구류(九類) 중생이 각기 열반의 묘(妙)한 마음을 가르쳐 보여 스스로 깨달아 들게 하신 것이다.

  한때에 부처님께서 비야달마성에 계실 때 무애보살이 질문한 데 대해 세존께서 말씀하시기를

  “선남자 선여인 등이 이 경(천지팔양경)을 풀어 설명하여 실상을 깊이 요달케 하고 그 깊은 마음의 이치를 얻게 하면 바로 그 몸과 마음이 부처의 몸이 되며 법의 마음이다. 눈으로 항상 여러 가지 끝없는 형상을 보지만 형상이 바로 아무것도 없는 공이요, 공이 바로 형상이니라.”라고 말씀하셨다. 범소유상(凡所有相) 개시허망(皆是虛妄) 약견(若見) 제상지상(諸相非相) 즉견여래(卽見如來)라 하신 것과 같은 뜻으로 모든 형상은 허망한 것이니 집착할 것이 못되며 또 아무것도 없는 허공도 아주 없기만 한 것이 아니고 형상이 생길 수 없는 바탕이 되어 있다는 것이다. 중생은 대부분이 형상에 집착함으로써 실상을 보지 못하기 때문에 사을 여의게 하려고 말씀하신 것이다.

  둘째, 귀로는 항상 여러 가지 끝없는 소리를 듣지만 소리가 곧 텅 빈 공이고, 공이 곧 소리가 된다. 소리도 역시 법의 이치로 보면 소리라고 할 것도 없고 공과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아무것도 없는 공도 소리가 될 바탕을 지니고 있다 하고 소리에도 집착하지 말아야 한단,

  셋째, 코로는 항상 여러 가지 끝없는 냄새를 맡지만 냄새가 곧 공이고 공이 곧 냄새가 된다. 냄새가 좋다 나쁘다 하는 것도 분별심이다. 원래는 공과 같고 공 또한 냄새와 같은 것이다. 없는 냄새를 중생들이 생각으로 지어서 좋다 나쁘다 분별하는 것이다.

  넷째, 혀로는 항상 여러 가지 끝없는 ‘맛’을 보는데, 맛이 곧 공이고 공이 또한 맛과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맛을 느끼는 것도 마찬가지로 맛이 있다, 없다, 싱겁다, 짜다 등의 맛도 중생들의 생각으로 만들어 낸 맛이지 실제로는 맛이랄 것이 없는 것이다. 옛날에 신사 한 분이 공양을 드는데 맛을 모르고 먹고 있었다. 국을 끓였는데 남들은 싱겁다고 간장을 넣어 먹는데도 이 신사는 그저 먹는 것이니까 먹는 정보이다.

  다섯째, 몸으로 항상 여러 가지 끝없는 촉감을 감각하는데 촉이 곧 공이요 공이 또한 촉과 같다. 촉감도 역시 없는 것이다.

  여섯째 우리가 생각으로 인식하고 분별하는 것조차도 실이 없고 공과 같다. 그러니 중행이 과학이니 철학이니 문학이니 하고 큰일 나하는 양 분별하고 발전도 되지만 모든 것은 다 실상이 아닌 것, 지수화풍(地水火風 ) 네 가지로 돌아가고 마는 것이다.

  그러므로 보는 것이나 듣는 것이나 냄새나거나 맛이 나거나 촉감이나 생각까지도 다 공하니 이와 같이 이 마음을 가지면 집착이 멀어질 것이며 그 마음을 항복받는 결과가 될 것이다. 그리고 육근의 작용에 의하여 나타나는 6경 6처 18계가 모두 허망한 생각으로 인하여 만들어진 거짓되고 허망한 것이다. 실상이 아니라는 사실을 분명히 깨우칠 때 여시항복기심이 되는 것이다.

  여래께서는 이어서 말씀하시기를 “선남자야, 이 육근이 나타나되 사람들이 항상 입으로 착한 말을 하여 착한 법이 항상 행하여지면 성인의 도를 이루는 것이다. 나쁜 말을 하여 나쁜 업이 항상 행하여지면 악도에 떨어질 것이다.

  사람의 몸과 마음이 불법을 담을 그릇이며 역시 12부의 가장 큰 경전이건만 끝없는 옛적부터 지금까지 제대로 닦지 못하고 터럭 만치라도 거드리지 못하였나니 여래장경은 마음을 알고 성품을 본 사람만이 아는 것이다. 성문이나 범부들은 알지 못할 것이다. ”라고 하셨다. 자기 마음 하나 잘 파악하여 항복받음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말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