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과학비지니스벨트 입지 선정이 우리 과학계의 합리적 판단이었다는 것에 우선
찬사를 보낸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과학계 판단이 정치논리에 또다시
휘둘리거나 군더덕이가 되어서는 안된다
처음부터 문제는 있었다. 어떻게 해서 국제과학비지니스벨트란 묘한 이름이 생성
되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차라리 '국제과학연구단지'란 표제로 처음부터 사업을
시작했어야 올았을 것이다. 하필이면 비지니스란 단어를 집어 넣어 국민들에게 혼란을
가중 시켰는지? 사업 성격 자체가 기초과학연구를 하는 곳이지 연구자체가 사업 즉
영리를 목적으로 추진하는 사업이 아니라는 것이다.
아마 이번 과학계의 합리적인 결정에 정치적인 논리로 들끓는 민심을 달래기 위해서
연구노력 및 성과가 집중이 되어야 하는 시설을 분원이라는 명목하에 분산배치를 하지
않을까? 심히 우려가 된다.
과학벨트의 최대 시설인 중이온가속기와 기초과학연구원 본원이 함께 가는 거점지구로
대전 대덕단지를 최종 확정한 결과를 어제 발표를 함으로써 큰 틀에서 상식을 뒤엎지
않았다는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이 나라는 정치논리에 의해 일부 지자체장과 지역구 의원들이 정부 발표 전에 대전
확정설이 나돈 것을 두고 '미리 짜인 각본대로 선정한 것'이라며 격렬하게 반발하고
있는 것을 보면 정치인들은 그들의 표밭 관리에만 마음을 두고 있지, 진정 이나라의
미래에 대한 생각이 있는 분들인지 심히 의심이 간다.
입지 평가에 참여한 어떤한 전문가도 "연구·사업기반 구축 및 집적 정도" 등 5개
평가지표를 종합한 점수에서 대전이 타 지역을 10점 이상의 차이로 따돌리고 최고점을
얻은 것에 대해 이견이 없었던 만큼 설득력 없는 분열 정쟁은 노리적 근거가 없다는
것을 인식해야 될 것이다. 앞으로 남은 과제는 과학벨트 및 기초과학연구원 기본계획
수립과 시행에 합리적 원칙을 끝까지 지키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이러한 입지 선정에 대한 공감에도 불구하고, 이번 발표내용을 세부적으로 들여다 보면
걱정되는 부분이 없는 것도 아니다. 최초 3조 5천억원이었던 예산이 5조 2천억원으로
급증한 배경에는 대전 대덕단지 이외에 기초과학연구원 소속단지 즉 경북권(대국경북
과학기술원+포스텍+울산과기대)과 광주과학기술원을 중심으로 한 연합캠퍼스에 추가
투입 될 예산이 1조 7천원이 증액 된 것이다. 교과부는 "지역의 기초과학연구 역량을
초기에 적극적으로 강화한다는 방침에 따른 것"이라는 설명을 하지만, 결국 경북과 광주에
대한 보상성 예산이라는 비판과 연구시설의 집중배치로 연구성과와 연구 시너지 창출을
제한 한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운 결정이라 하겠다.
그렇다면 거점지구에 25개, 경북 DUP(대구경북과학기술원+포스텍+울산과기대)와 광주
등에 25개 등으로 일괄 확정한 기초과학연구단지 배치 계획이나. 거점지구와의 근접성만으로
기능지구를 선정한 것의 적절성에도 의구심이 없는 것은 아니다.
왜 이처럼 우리사회의 갈등을 심화 시키면서 어렵게 국책사업을 이끌고 있는가? 왜 우리는
지역별 갈등과 혼란의 지속으로 정치국면을 맞이 해야만 되는가? 우리 사회의 갈등은 지역,
세대, 이념이 중첩된 복합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 게다가 누가 나서도 쉽게 해결하기 어려운
역사적, 사회적, 정치적 요인들도 얽혀 있다. 이 때문에 그 책임이 딱히 누구에게 있다고
찍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어찌 보면 이 땅에 사는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갈등을 조직하고 동원하는 시민들 사이에서, 그들을 대신해서 크고 작은 갈등을
어떻게 조정하고 해결할건지를 놓고 고민하는 일은 정부와 정당이 담당해야 하는 고유한
역할이다. 그 때문에 갈등을 잘 다루면 능력있는 정부·정당이요, 그 반대라면 무능한 정부·정당
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갈등이 심화 된 사회에 우리가 살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현 집권세력은 유능한가. 이명박 정권은 지난 3년 넘도록 갈등 유발적 정치를
해왔다. 갈등을 조정하고 해소하는 것보다 갈등 조장 및 확대에 더 많은 능력을 발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모든 갈등이 이 대통령 탓이라고 하는
것은 과장이다. 가령 동남권 신공항 건설처럼 지킬 수 없는 공약을 하고 취소하는 일은
과거에도 흔히 목격 된 바 있다. 실익이 없다고 판단한 신공항을 없던 일로 한 것은 공약대로
밀어붙이기보다 나은 선택이었다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이 대통령이 공약을 취소하든 변경
하든 그 불가피성을 납득시키는 데 번번이 실패하고 있다는 점이다.
만일 이 대통령이 세종시를 원안대로 추진했다면 어땠을까. 그랬다면 세종시 문제에서 신뢰를
쌓았을 것이고 신공항 취소·LH 이전·국제과학비지니스벨트 선정에 대한 정부의 입장도 존중
해주는 분위기가 형성되었을 것이다. 적어도 이 정도까지 갈등이 심화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신뢰를 쌓는 대신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말을 바꾸면서 불신을 쌓아갔다.
그 결과 목소리를 높이면 사업을 따올 수 있다는 불필요한 기대감을 심어주었고 이는 각 지역이
정부 결정을 거부할 수 있는 명분이 되었다. 권위와 원칙, 신뢰가 먹히지 않는 곳에는 아우성만
남는다. 이제는 빈말로라도 항의하지 않으면 바보처럼 보일 지경이다. 김황식 국무총리가
어제 담화문을 통해 과학비즈니스벨트 선정, LH 이전이 "오로지 국가의 미래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인 결정"이었다고 밝혔지만 별로 호소력 있게 들리지 않는 것도 그 때문이다.
정부가 설득력을 잃었다면 이제 그것을 만회해야 된다. 이렇듯 혼선과 허점 투성이인 국제과학
연구원 추진은 정부가 앞으로 "합리성의 원칙"을 지킨다면 얼마든지 바로잡을 수 있다고 본다.
이대통령도 남은 정치일정에 흔들리지 말고, 백년대계의 초심을 잘 지키서 연구기관의 통합 및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틀을 마련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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