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기 마당/내 이야기

자기(自己)의 대사(大事) 1(경봉스님 법문중에서)

산울림(능인원) 2025. 5. 2. 18:16

  翠竹黃花非外境(취죽황화비외경 : 푸른 대 누른 꽃의 이 경지여)

  白雲流水露天眞(백운유수노천진 : 흰 구름 흐르는 물은 천진을 드러내네)

  頭頭盡是吾家物(두두진시오가물 : 이 모두 우리의 수용하는 물건이니)

  信手拈來不是塵(신수점래불시진 : 마음대로 사용하는데 걸림이 없네)

  불교(佛敎)를 신앙(信仰)하자면 그 신앙의 대상인 부처님을 올바르게 인식해야 한다. 부처님은 석가모니(釋迦牟尼) 부처님이 부처님이요, 아미타여래 감로왕여래 미륵부처님 등등. 불가설 불가설(不可說 不可說)의 헤아림과 수 없이 많은 부처님이 과거로부터 현재와 미래에까지 있는데, 이 사바세계(娑婆世界)의 교주(敎主)는 석가여래(釋迦如來)이다.

  그런데 진리적(眞理的)으로 볼 때에는, 마음이 청정하면 곧 그것이 부처님이 되는 것이다. 마음이 곧 부처님인데. 마음이라고 하는 것은 하나의 이름에 불과하고 청청한 마음, 그 자리가 곧 부처이다. 우리가 알아야 하는 불법(佛法)이 법(法)은 팔만 사천의 법문(法門)이 있고, 또 말할 수 없이 많은 법문이 우리들을 진리의 세계로 눈을 열 개 하는데, 가장 단적으로 이 법이 무엇인가 말한다면, 그것은 마음의 광명스러움이 법인 것이다. 이 말을 추상적으로 받아들이면 안 된다. 실제로 마음의 광명스러움이 불법인 것이다.

  스님네는 비구, 비구니 그러니까 부처님의 제자들을 승(僧)이 라고 하는데, 마음이 맑고 청정하고 광명스러워서, 어디든지 걸림 없는 것을 승이라 하기도 하고, 도(道)라고도 한다. 도는 진리인데 우리가 알려고 하는 그 자리이자 우리 일생의 생명(生命)이다. 우리가 도를 구하려고 하는 것은 곧 자기의 생명을 구하려고 하는 것이다.

  불, 법, 승(佛, 法, 僧) 삼보(三寶)를 진리적으로 표현하자면 그러한데, 한걸음 더 나아가서 아주 단적으로 즉 격외(格外)로 보면, 벼가 부처요, 보리가 법이요, 콩이 승이다. 이 말은 좀 어려운 말이다. 이 말에는 해석을 붙이지 않는다. 이것은 나중에 도를 깨달을 때 이 도리를 알 수 있다.

  우리 몸에 구멍이 열 군데가 있다. 눈이 둘, 콧구멍이 둘, 귀가 둘, 입이 하나, 대, 소변 보는데가 둘, 배꼽만은 사람의 몸을 다 만든 것이어서 입을 닫아야 한다. 다른 구멍은 다 열어 놓아도 괜찮지만 배꼽만은 사람의 몸을 다 만든 것이어서 입을 닫아야 한다. 배꼽이 열려져 있으면 바람이 들어가 사람이 죽는다. 아들 낳고 딸 낳고 장가보내고 며느리를 맞고 하면 시어머니가 되는데, 시어머니 라는 사람이 입을 좀 닫고 있어야 되지, 입을 열어 잔소리를 많이 하면 배꼽을 열고 있는 것 같아서 좋지가 않다. 시어머니 잔소리는 꾸어다가도 한다는 속담이 있는데, 진리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처럼 배꼽을 닫고 있듯이, 무언(無言)의 조화를 이루어야 가정이 화기애애하여 진다.

  이 법을 배우려면 몸이 무상(無常)한 줄 알고 우주 만물이 허황한 줄을 먼저 철저히 느껴야 발심(發心)이 되어 수행을 할 수가 있는 것이다. 예전에 순치황제(順治皇帝)가 발심해서 중이 되었다. 그의 시(詩)에 이런 것이 있다.

  古來多少英雄漢(고래다소영웅한 : 얼마나 많았던 영들이)

  南北東西臥土泥(남북동서와토니 : 저 산 흙속에 누워 말이 없는가)

  來時歡喜去時悲(래시환희거시비 : 올 때에는 기뻐하고 떠날 때는 슬프다 하네)

  空在人間去一回(공재인간거일회 : 부질없이 인간세상 떠돌다 가는 나그네들)

  부처님이 말씀하시길 “모든 것을 남에게 돌려줄 수 있는 것은 오리려 네가 아니지만, 돌려줄 수 없는 것은 너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제가환자 자연비여 불여환자 비여면수 : 諸可還者 自然非汝 不汝還者 非汝面誰)”

  그러니 우리가 옷 그리고 패물 등을 남에게 줄 수 있고, 또 몸과 오장 육부를 남에게 줄 수 있지만, 남에게 줄 수 있는 물건이 하니 있으니 이것이 네가 아니고 무엇인가 이 말이다. 아난존자(阿難尊者존자)에게 이 말씀을 해주셨는데 마치 귀를 뚫고 말해 주듯이 일러준 것이다. 이 자리를 이 자리 참으로 소소령령(昭昭靈靈)한 자기에게 있는 이 자리를 찾아야 한다.

  眉毛眼睫最相親(미모안첩최상친 : 눈썹과 눈꺼풀이 가장 친하고)

  鼻孔脣皮作近隣(비공순피작근린 : 코구멍과 입술이 그중 가깝네)

  至近因何不相見(지근인하불상견 : 아주 친하면서 어찌 서로 보지 못하나)

  都綠一體是全身(도록일체시전신 : 이 모두 한 몸이로세)

  今日七來日八(금일칠래팔 : 오늘은 일곱 내일은 여덟)

  如是認得去(여시인득거 : 이렇게 알았다 하면)

  埋沒古人心(매몰고인심 : 옛사람의 뜻은 저버리는 것일세

 

  見聞覺知無障得(견문각지무장득 : 보고 듣고 깨닫고 아는데 거리낌이 없고)

  聲香味觸常三昧(성향미촉상삼매 : 소리 향기 및 촉감은 늘 삼매로다)

  如烏空中只歷飛(여오공중지역비 : 마치 새가 공중을 나는 것과 같아서)

  無取無捨無憎愛(무취무사무증애 : 취함과 버림, 사랑과 미움이 모두 떠났네)

  若會應處本無心(약회응처본무심 : 이렇게 본래 무심한 경지에 이르면)

  始得名爲觀自在(시득명위관자재 : 비로서 관자재보살 이라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