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기 마당/내 이야기

참는 마음(장생동자의 인욕)

산울림(능인원) 2024. 7. 12. 10:00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다음과 같이 설법하셨다. 날 고살라라고 하는 나라에 장수라는 왕이 있었다. 그때에 이웃나라에 부라후마다타란 왕이 있었다. 두 나라는 서로 사이가 좋지 않았는데 부라후마다타왕이 성질이 폭악하고 이웃나라를 자주 침략하였다. 부라후마다타왕은 평화스러운 고살라(장수왕) 나라를 침략하기 위해 군사를 동원 전쟁준비를 한 후 침략을 하였다. 고살라의 장수왕은 할 수 없이 군사를 소집하여 적군과 싸워 승리함으로써 부라후마다타왕을 사로잡아 장수왕 앞에 꿇어 앉혀놓고 "그대는 이제 내 손안에 들어왔소, 죽고 사는 문제는 나에게 주어져 있소. 내가 그대를 지금 이 자리에서 처형시킬 수 있지만 원한을 갖게 하고 싶지 않아 그대를 살려 보내니 다시는 군사를 일으켜 침범하지 않기를 바라오." 하면서 살려서 돌려보냈다.

  그러나 얼마 안 가서 부라후마다타왕은 또다시 군사를 일으켜 고살라 왕국을 침략하였다. 이에 장수왕은 대신들과 숙의하면서 "침략자 부라후마다타왕이 원하는 것은 이 나라의 국토 점령에 있다. 전쟁은 참혹하기 이를 데 없다. 또다시 전쟁을 해서 그들을 이길 수는 있지만 그들이 우리에게 항복하고 나서 우리에게 더 큰 원한을 가지게 될 것이다. 우리는 땅덩이 때문에 그들과 한을 맺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러니 나는 이 땅을 그들에게 내어주고 내 아내와 같이 평민이 되어 그 나라에 숨어 살리라."라고 말하고는 아내와 같이 그 나라 가치국에 숨어서 자연과 예술을 즐기며 살았다. 그러는 동안 장수왕은 아들 장생동자를 낳았다. 동자는 태어나면서부터 총명하고 자라면서 더욱 영특하여 재주가 좋았다.

  그때에 부라후마다타왕은 국토를 통합하고 크게 권위를 세워 나가다 보니 전 장수왕을 그대로 두었다가는 후환이 있을 것이 두려워 온 나라에 장수왕을 잡아들이도록 명하였다. 그 결과 얼마 안 가서 장수왕은 잡혀왔다. 백성들은 착하기만 한 장수왕이 잡힙을 슬퍼하고 그를 살려주도록 수많은 탄원을 하였다. 그러나 포악한 부라후마다타왕은 이런 백성들의 말을 들은 척도 안 하고 사형하기로 결정하고 날을 받아 대중이 모일 수 있는 넓은 장소에서 장수왕을 죽이게 되었는데 그때에 장생동자는 이 소식을 듣고 나무꾼으로 변장하고 원수를 갚고자 몰래 아버지가 죽을 사형장으로 숨어들어 높은 곳에서 그 장면을 바라보았다. 그때 사형장에 끌려 나온 장수왕은 멀리 있는 장생동자를 발견하고 하늘을 쳐다보며 소리쳤다. "참아라, 인내함이 효도를 하는 것이니라. 원한의 인과를 맺어서는 안 된다. 다만 자비만을 행하라. 영악한 마음으로 원한을 품고 원수를 갚는다는 것은 내가 엄하게 금하는 것이니라. 오늘 나의 타이름을 저버리지 않는 것이 효도이니라."라고 했다.

   숨어서 아버지의 이 말을 들은 장생동자는 눈물을 한없이 흘리면서 북받치는 분을 참았다. 그리고 아버지 장수왕의 죽음을 차마 눈뜨고 볼 수 없어서 자리를 피했다. 사형집행이 끝난 다음 날 밤에 몰래 가서 아버지 시신을 수습해 가지고 나무를 쌓고 화장을 해서 양지바른 곳에 묻어 장사를 치렀다. 그 후 장생동자는 그 나라 가시국에 숨어서 악기를 배웠다. 그 결과 시중에서는 어떤 동자가 악기를 기가 막히게 잘 다룬다는 소문이 퍼졌다. 이때 부라마후다타왕은 장수왕을 죽이고 나서 생각하니 그의 아들 장생동자가 있다 하니 이 동자의 원수 갚음이 두려워 잠을 이루지 못할 지경이었다. 그래서 이제 장생동자까지 잡아들이라는 명을 내렸다.

  부라후마다타왕은 시중에 악기를 뛰어나게 잘 다루는 동자가 있다는 소문을 듣고 불러오라 해서 왕의 시중을 듣게 했다. 그 애가 장생동자인지는 꿈에도 모른 채. 동자는 착실하고 영특해서 왕의 신용을 크게 얻었다. 그래서 왕은 원수인 장생동자에게 칼을 주고 자기를 호위하도록 했다. 그러던 어느 봄날 부라후마다타왕은 일부 신하를 데리고 산으로 사냥을 나갔다. 한참 돌아다니다 피곤해서 잠이 든 사이에 신하들을 각각 해치고 왕과 장생동자 둘만이 남게 되었다. 왕은 피곤했는지 장생동자의 무릎을 베고 잠이 들었다. 장생동자는 생각했다. "바로 이때다. 아버지 장수왕의 원수를 갚을 수 있는 기회는 이때다. 이 포악한 왕을 죽이고 아버지 원수를 갚아야 되겠다." 그리고 에잇 하고 칼을 뽑아 들었다. 이때 하늘에서 소리가 났다. "잠깐 동자야, 인내하는 것이 아비의 유훈임을 잊었느냐, 원한의 인과를 맺어서는 안 된다. 원한을 품고 원수를 갚는다는 것은 내가 엄하게 금하는 마음이다." "그렇지만 아버님 원수인데." "아아, 내가 다 안다. 진실로 내게 효도하고 싶거든 아비의 유언을 지켜주기 바란다."라는 소리가 들렸다. 장생동자는 아버지 유훈을 듣고 눈물을 흘리며 칼을 도루 거두었다. 이때 부라후마다타왕은 아아 하는 소리를 지르며 땀을 흘리면서 잠에서 깨어났다. 그리고 눈을 크게 뜨고 무서운 꿈을 꾸었다고 했다. 동자는 "대왕님 무슨 꿈을 꾸셨습니까." "무서운 꿈이다. 왜 있잖니 장생동자로, 죽은 장수왕의 아들놈 말이다. 아, 그놈이 아버지의 원수를 갚는다고 칼을 빼어 들고 나를 치리 하지 않겠어." "대왕님 놀라실 것도 두려워할 것도 없습니다. 제가 바로 장생동자입니다."  "뭐 네가 장생이라고?" "그렇습니다. 대왕의 꿈속에 소가 아니라 실지 내가 아버지의 원수를 갚기 위해서 칼을 빼어 들었습니다." "아! 그런데 어찌 죽이지 않았는가." "내 아버지의 유훈 때문입니다." "너의 아버지가 뭐라 하였느냐." "참아라 참는 것만이 효도이니라. 독을 품으면 그 재앙이 만대에 미치느니라. 효도하고 싶거든 이 아비의 유언을 지켜주기 바란다."라고 하셨습니다." "그래 내가 잘못했구나. 그리고 독을 품으면 그 재앙이 만대에 미친다 함은 무슨 뜻이냐?" "그것은 제가 대왕을 시해하면 대왕의 신하는 반드시 나를 죽일 것입니다. 그러면 나의 신하는 또 대왕의 신하를 죽일 것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죽은 다음에 내생에 또 원수로 태어나 죽고 죽이고 할 것입니다. 이와 같이 서로 죽이고 죽고 하여 만대에 그칠 날이 없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고 내가 대왕을 용서하면 그 재앙의 씨앗이 끊어져 원수 갚음이 없이 편안할 것입니다."

  이때 왕은 "부끄럽구나. 장수왕은 나보다 훨씬 훌륭한데 내가 죽였구나."라고 뉘우쳤다. 그리고 장생동자에게 "동자야 부끄럽구나. 내가 어떻게 해야 죄를 갚을 수 있겠느냐. 내 이 나라를 전부 그대 동자`에게 주고 싶다."라고 하자 "대왕님, 이 나라는 원래 대왕의 나라입니다. 저는 단지 아버지 장수왕의 나라만 저에게 돌려주었으면 합니다."라고 답했다.

  거기서 두 사람은 화합하고 같이 대신들이 있는 곳으로 갔다. 그리고 부라후마다타왕은 신하들에게 "여러 대신들, 지금 장수왕의 아들 장생동자가 나왔다. 어찌하겠는가."하고 신하들에게 물었다." 신하들은"동자의 손을 자르겠습니다."라고 하는 신하들과 "발을 자르겠습니다. 아니 사형시켜야 합니다."라고 주장하는 대신들이 있었다. "여러 대신들 가만히 계시오. 옆에 이분이 바로 장생동자요."라고 하니 신하들은 당장 체포하겠다고 했다. 왕은 엄숙한 표정으로 "참아라 참는 것만이 해결하는 유일한 방법이다."라고 하고는 사냥터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다했다. 그리고 장생동자를 왕의 자리 옥좌에 앉히고 평화롭게 지냈다고  석가모니 부처님께 말씀하셨다.

  "모든 비구들아, 내 이야기를 듣는 동안 그 국왕은 어떻게 인욕 하였으며 장생동자는 또 이렇게 인욕을 하였는지를 잘 알았을 것이다. 너희들도 마땅히 그와 같이 인욕 하여야 할 것이다. 진실로 믿고 집착 없이 도를 배우는 자, 마땅히 인욕을 행하여야 되느니라. 또 인욕을 찬탄해야 하느니라." 그러고 나서 부처님께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소와 말과 코끼리를 약탈하며 나라의 존망을 걸은 싸움에서도 그 왕은 능히 화해하였거늘, 너희는 언쟁을 그치고 어째서 화합할 수 없는가. 싸움으로 싸움을 그치려면 그 싸움은 끝내 그치지 않으리니 오직 참음으로써만 싸움이 그치나니라. 만약 참으로써 이 법을 알면 어찌 원수의 마음이 생기랴. 나와 평등한 벗을 얻지 못하고 함께 배우지 않겠거늘 들에 있는 코끼리와 같이 홀로 뜻을 굳게 가지고 선을 지음이 현명하리라."라고 게송하셨다 우리 정치에서도 비방하고 끄러 내리려 하지 말고 상생의 원리를 안다면 참으로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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