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매일 대하는 밥그릇이 없다면 밥을 어떠한 방법으로 먹고 또한 솥이 없었다면 어떻게 밥을 지어먹었을까? 밥그릇이나 솥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공(空)을 이용하여 그릇을 만들었다는 것이 중요하다. 사방이 막힌 그릇이라면 아무것도 담지 못할 것이다. 그릇 속에는 허공이 가득하고 이 허공에는 어떠한 것도 가득 담을 수가 있다. 공(空)이란 비워져 있지만 그대로 가득하고 그 속에 어떠한 것이라도 필요한 만큼 담을 수 있으니 비어 있지만 가득 찬 것이나 다를 바 없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물체는 지(地) 수(水) 화(火) 풍(風)에 의해 모든 것이 분해되면 마침내는 이 지 수 화 풍으로 흩어지게 된다. 또한 새로운 물체가 만들어지려고 해도 이 4개의 요소에 의해 결정된다. 예를 들어 바닷물이 열기(火)에 의해 수증기가 되고 바람(風)에 의해 하늘로 올라가게 되고 찬바람에 의해 수증기가 물로 결정체를 이루어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땅으로 또는 바다로 돌아오게 되어 있다.
세상 만물의 이치가 이렇다 해도 누가 이를 만들었을까? 이 존재의 거대하고 막막한 생명력을 자각하지 못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냥 “우연히, 어쩌다가, 운명이야, 필연이야, 조물주의 조화야”등등의 말로써 모르는 것을 아는 것처럼 이야기하기도 한다. 이 공(空)의 비밀은 우리가 매일 마시는 물 한 잔에도, 아니면 풀 한 포기에도 우리가 행동하는 한순간의 움직임에도 전부 다 포함되어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덩어리도 그냥 흙이라고 생각하지만 지(地) 수(水) 화(火) 풍(風) 즉 지구는 땅, 물, 땅속의 불(마그마) 바람의 4대 요소에 의해 존재한다. 물론 이 가운데에는 각종 광물의 특성에 따라 불에 녹는 것, 바람에 의해 풍화되는 것 물에 의해 분해되는 것 흙에 의해 분리되는 것 등이 이 공의 비밀에 담겨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잘 못하면 이 공(空:법칙성 생명성)에 빠져서 아내가 “연탄이 떨어졌다” 하여도 “공(空)이로다” 답하고, “아이가 아프다” 하여도 “공(空)이로다” 하며 끊지도 못한 경계를 놓고 식공(識空)에 들기도 한다. 반야심경에 색즉시공(色卽是空). 공즉시색(空卽是色), 색불이공(色不異空), 공불이색(空不異色)이란 말이 있다. 색이 공이요, 공이 곧 색이요, 색은 공과 다르지 않고 공은 색과 다르지 않다는 뜻이다.
이 세상은 모두 법칙성(생명성. 空)으로 이루어졌다는데 이 공(空)을 어떻게 깨달을까? 색을 가장 바르게 보면 공을 볼 수가 있다. 예를 들어 빈 잔 이어야 채울 수가 있는 것이다. 돈에 노예가 되어 허덕일 것이 아니라 주변에 있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베풀기도 하고 나눌 수 있어야 나눔 속에서 오는 기쁨을 느껴야 비워진 잔을 채우고 싶을 것이다.
솥 정(鼎)을 보면 솥에 밥을 하기 위해서는 솥이 쓰러지지 않게 잘 걸기 위해서는 다리가 세 개는 있어야 되는데 솥의 다리 있는 대표적 물건이 바로 향로다. 향로의 다리를 보면 세 가지 권력을 뜻하는 것으로 하나는 재물 권력이고 두 번째는 정치권력이며, 세 번째는 명예권력이다. 한 사람이 이 세 가지 권력을 다 가지게 되면 반역이(왕만이 가질 수 있는 권력이 정치, 금권력, 명예다) 되는 것이다. 따라서 하나의 권력 외에는 탐하지 말아야 된다. 정치권력이 재물권력을 갖게 되면 그 정부는 썩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서 정치권력은 국민이 편안하게 살도록 보살펴야 되는 것이고, 명예 권력이 정치권력이나 재물 권력을 탐하면 명예가 땅에 떨어지게 되어있다. 재물 권력이 있다면 부의 축적에 전력하기 위해 정치권력과 야합하여 더 큰 금권력을 위해 전력하게 되면 그 부는 깨어지게 되어 있다. 빈 그릇이어야만 다시 채울 수 있다는 진리를 안다면 인색하게 살 필요도 없고 없다고 궁색하게 살 필요도 없는 것이다. 늘 빈그릇이어야 채울 수 있다는 진리를 가슴속에 새겨서 행복한 삶을 영위하기를 기원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