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병을 다스리는데 약을 많이 먹어야 되는 것이 아니니 심신의 환단이란 약을 콩알만큼만 먹어도 모든 병이 낫는 것과 같이 종사(宗師)의 법문을 많아야 좋은 것이 아니라 눈만 끔벅하고 손만 들어도 그 속에 법문이 다 들어 있는 것이다.
出頭月掛雲門餠(출두월괘운문병 : 산머리에 걸린 달은 운문의 떡이요)
門外水流趙州茶(문외수류조주차 : 문밖에 흐르는 물은 조주의 차로다)
箇中何者眞三昧(개중하자진삼매 : 이 가운데 어떤 것이 진삼매인가)
九月菊花九月開(구월국화구월개 : 구월 국화는 구월에 핀다네)
예전에 운문이란 큰스님은 누가 법을 물으면 “떡 자시게”하는 데서 운문병(雲門餠)이란 말이 생겼다. 그런데 떡이나 주면서 떡 먹고 가라고 하면 제법 괜찮은데 떡은 주지도 않고 “떡 자시게”라고 한다. 또 조주 스님은 조주고불(趙州古佛) 즉 조주 옛 부처님이라고 할 정도로 큰스님인데 그 스님께 법문을 들으러 가면 “차 드시게” 하시니 이것이 그 유명한 조주청다(趙州淸茶)의 옛 가풍인 것이다.
부처님이 이르시기를 “널리 일체중생을 보니 모두가 여래의 지혜와 부처님의 덕상을 갖추고 있다”라고 하셨으니 모두가 동불중생(同佛衆生)이요 곧 근본진리자라는 부처님과 중생은 한 가지로 여래의 지혜와 덕상을 가지고 있다는 말이다.
또 일체중생의 여러 가지 환화(幻化)가 곧 여래의 원만하고 묘한 마음이 되는 것이니 이 마음 밖에 다른 무엇이 있겠는가. 뚜렷이 깨달은 이 오묘한 마음을 버리고는 다른 것을 구할 것이 없다는 부처님의 말씀이다.
과거의 모든 부처님도 다만 이 마음자리 하나 밝힌 사람이며 현재의 모든 성현들도 마음을 닦으려고 이 산 저 산 다니고 있지만 도를 배우려면 오직 이 법을 의지해야 할 것이다. 부처님의 팔만사천 법문과 종사의 모든 법문이 오직 이 하나이니 밖을 향해 구하지 말아야 한다.
물은 젓는 것이 물의 성품이요 불은 뜨거운 것이 불의 성품이요 소금은 짠 것이 소금의 성품이며, 사람은 지각(知覺)하여 아는 마음자리가 곧 자기 본성품인 줄 알아서, 심성자리를 물들이지 말고 자기 성품이 본래 뚜렷이 이루어져 있는 줄 깨달으면 중생이 곧 부처인 것이다.
중생이 곧 부처라고 하면 깜짝 놀라는데 놀랄 것이 아니라 이 몸을 끌고 다니는 소소령령한 이것이 여여(如如)한 부처이다.
인생의 어진 잠언이 있어 소개해본다. 겸화사양(謙和辭讓)이니 사람이 처세함에 있어서 가정과 사회와 국가사이에 겸손하고 화목하고 사양할 줄 알아야 한다.
손기이인(損己利人)이니 내가 손해를 보더라도 남을 이롭게 하여야 하나니 부처님은 나도 이익이 되고 남에게도 이익을 주는 행원을 실천하시니 부처님께서 이 세상에 나오신 것은 중생을 위하여 나오신 것이다.
물래순응(物來順㒣)하고 사과심녕(事過心寧)이니 물건이 오면 순응하여 주고 적고 큰 어떠한 일을 막론하고 일을 지낸 뒤에는 마음을 편안히 해야 한다.
구물망언(口勿忘言)하고 물위망상(勿爲妄想)이니 망언을 하지 말며 망상을 하지 말아야 되나니, 어떤 생각이든 한 생각 일어나면 그것이 참되다 아니면 망발이다 하는 것을 알면서도 잘못을 저지르는 것은 잘못된 지혜롭지 못한 비진리의 행동이다. 여러분이 세상의 모든 직업에 종사하면서 가정과 사회와 국가에 봉사하는데 참된 마음을 지녀야지 그릇된 생각을 가져서는 안 된다. 망쳐놓고 나가는 것을 알아야 한다. 돈은 눈이 밝기가 그지없는 것이다. 종이에다가 조폐공사에서 그냥 인쇄만 해 놓은 것으로 알면 어리석은 일이다. 이것은 보편적으로 통용되면서부터 정의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만약 이것을 부정으로 축재를 해서 자손에게 물려주면 흡사 콜레라균을 잔뜩 묻혀주는 것과 하나도 다르지 않은 것이다.
밀양(密陽)에 어느 큰 부자가 있었는데 돈을 넣어둔 광에다가 절을 하며 “돈 님요 돈 님요 나가실 때는 부디 사람 상하지 않게 하고 나가시소” 하였다고 하니 우선 편리한 대로 부정스럽게 돈을 모을 생각을 말아야 하며, 설사 건전하게 모은 재산이라도 이웃과 많은 복지시설에 밝은 사회를 위하여 많이 헌납해야 한다.
물위무익(勿爲無益)이니 이익 없는 일을 하지 말아야 하니 어리석은 것들이 모두 이익 없는 일이다. 우리가 불교를 신앙하는 것은 진리를 일상생활에 활용하여 멋지게 살자는 것이다.
당신유손(當愼有損)이니 일을 함에 있어 손해가 될 것은 마땅히 삼가여야 된다.
비애희락(悲哀喜樂)을 물령과정(勿令過情)이니 비애와 즐거움을 정에 지나치게 하지 말아야 하나니 우리가 살아가노라면 만경창파에 배를 타고 가는 것과 같아서 바람도 일어나고 비도 오고 풍파도 일어 배가 뒤집힐 듯이 위험한 고비에서도 잘 참고 견디면 비도 풍파도 가라앉는다.
호흡정여(呼吸精如)하여 안신규방(安神閨房)이니 호흡을 잘 조절하며 규방에서 정신을 편안히 하며 주색에 빠지지 말며 자기 부부 외에는 일체 음란한 행동을 하지 말아야 한다.
정습정혜(靜習定慧)하여 안신무망(安心無忘)이니 고요히 앉아 선정(禪定)과 지혜(智慧)를 닦아 마음을 편안히 하고 망상이 없게 해야 하니, 참선을 하려고 앉아 있으면 망상이 죽 끓듯이 끓고 화두(話頭)는 어디로 날아가고 마음은 서울로 부산으로 어디로 돌아다니지 않으면 지나간 일 미래 일 이 생각 저 생각에 언제 공부가 익어지겠는가. 마음을 편안히 하고 망상이 없어지려면 마음을 비우고 차분히 침잠된 상태에서 좀 쉴 줄 알아야 참선에 진취가 있고 공부가 익는 것이다.
좌와순시(坐臥順時)하여 물령신태(勿令身怠)이니 누음에 때를 지켜서 몸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하니 모든 일에는 때와 순서가 있다. 봄이 오고 여름과 가을과 그리고 겨울이 오는 것이 모두 자연의 섭리인 것이다.
적유선공(積有善功)이니 착한 공덕을 베풀어야 하니 나는 남에게 일생동안 어떠한 착한 일을 얼마나 하였는가 생각해 볼 일이다. 예전 하회 땅에 유정승이 있었다. 그 사람의 조상가운데 칠대조부되는 분이 고갯마루턱 갈림길에 집을 지어놓고 고개를 넘나드는 이들에게 배고픈 이에게는 밥을 주고 옷이 없는 이에게는 옷을 주고 짚신이 없는 이에게는 짚신을 주고 노자(路資)가 없는 이에게는 노자를 주기를 삼십여 년 동안이나 하였다. 그런데 그 노인의 소원은 자기가 사는 곳이 넓은 벌판인데 그 벌판으로 자기의 자손들이 꽉 차도록 번성하여 사는 것이 소원이었다. 그토록 많은 공덕을 베풀었으므로 원력이 이루어져서 그 집안에 백의정승(白衣政丞)이 났다고 한다.
논에 물이 많이 있어도 뒷물이 들어가지 않으면 결국 마르듯이 전생에 복을 좀 지었더라도 금생에 내가 논에 뒷물 넣듯이 좋은 일을 많이 하여 음덕을 많이 베풀어야 한다.
구고도액(救苦度厄)하고 제곤부위(諸困扶危)이니 액난을 만난 이를 건져주며 곤궁하고 위태로운 이를 도와주어야 한다.
依然靈鷲山頭月(의연영취산두월 : 의연히 영축산 머리에 걸린 달이)
萬劫年前汝是誰(만겁년전여시수 : 만겁년 전에는 네가 이 누구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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