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지혜/경봉스님

盧至長者(노지장자)의 改心(개심)(경봉스님 법문중에서)

산울림(능인원) 2025. 12. 11. 18:12

  煙雲散去家家月(연운산거가가월 : 연운이 개니 달이 맑고)

  積雪消來處處春(적설소래처처춘 : 서리와 눈이 녹으니 어디든지 봄빛이네)

  육조 스님께서 말씀하시기를 심평하로지계(心平何勞持戒)며 마음이 평등하면 어찌 계행을 지니기를 애를 쓰며, 행적하용수선(行直何用修禪)이리요. 행실 곧으면 선을 닦을 필요도 없다 하였다. 하지만 선(禪)은 마음을 닦는다는 그 닦을 바도 없고 알 것도 없고 행할 것도 없지만, 행하되 행함이 없고, 닦되 닦음 없이 닦아야 된다.

  은즉효양부모(恩則孝養父母)하고 은혜의 지중함을 잊지 말고 어버이를 공경해야 된다. 우리 몸은 부모를 의지하여 부모에게서 태어났으니 부모를 효양(孝養)해야 되는데 요즈음은 결혼하기만 하면 어디 그런가, 무엇이니 해가며 부모를 모시려 하지 않으니 딱한 풍조인 것이다. 근본적으로 부모님께 효성스럽게 하면 복을 받는 줄 알아야 한다.

  의즉상하상린(義則上下相隣)하며 의리를 지키면 상하가 서로 사랑하고 서로 도우며, 양즉존비화목(讓則尊卑和睦)하고 서로 사양할 줄 알면 높은 이나 낮은 이나 서로 화목하게 되고 인즉중악무훤(忍則衆惡無喧)이니 참고 견디면 모든 나쁜 일들이 모두 없어진다.

  약능찬목출화(若能讃木出火)하면 어니정생홍련(淤泥定生紅蓮)하리라, 만약 나무를 비벼서 불을 내듯 한다면 진흙 속에서 붉은 연꽃이 어김없이 피어난다. 나무를 꾸준히 오래 비비면 마침내 불이 일어 나니 이것은 수행자가공부를 이루려는 진실하고도 맹렬한 마음이 극에 이른 표현이다. 이 지경에 이르러야 지혜의 불이 일게 되는 것이다. 더러운 진흙 속에라야 연꽃이 피어나니 어디 깨끗한 고원(高原) 지대에 꽃이 피는가. 썩고 냄새나는 더러운 진흙 속에서 이 홍련(紅蓮)이 피는 것이다.

  고구적시양약(苦口的是良藥)이요 입엔 쓰더라도 먹으면 몸엔 반드시 좋은 약이 되고, 역이필시충언(逆耳必是忠言)이니 바른말은 귀에 거슬리나 충성된 말이다. 충고(忠告)로 들려주는 바른말은 듣기 싫더라도 그 말을 찬찬히 생각해 보고 내 양심에 비추어 봐서 옳다고 생각이 들거든 수궁을 해서 받아들여야 한다. 자기의 잘못은 남들이 더 잘 아는 법이라 잘못했다고 일러주면 자존심 때문에 흔히들 듣기 싫어하는데 그러지 말고 잘못한 것은 잘못했다고 당장 시인하고 고칠 일이다.

  개과필생지혜(改過必生智慧)하고, 잘못된 허물을 고치면 지혜로 다가와지고, 호단심내불현(護短心內不賢)이니라, 자기의 잘못을 자꾸 숨기고 덮으려는 이는 마음속이 어질지 못하다.

  일용상행요익(日用常行饒益)하고 일상생활에 언제나 남을 이롭게 해야 한다. 남을 속여 나의 이익을 위하면 문화민족이랄 수가 없으니 남에게 항상 자비심을 베풀어야 한다.

  성도비유시전(成道非由施錢)이로다 도(道)를 이루는 것은 돈을 가지고 이룰 수가 없는 것이니 내 마음을 닦아야 이루게 된다. 보리지향심멱(菩提只向心覔)이어니 보리도(菩提道)는 한결같이 마음을 향해서 찾아야 하는 것이거늘, 하로향외구현(何勞向外求玄)이리오 어찌 밖을 향해 현모함을 찾아 헤멜쏜가.

   청설의차수행(郬設依此修行)하면 이 법문을 듣고 이대로 수행하면 천당지재목전(天堂只在目前)이니라 천당이 곧 눈앞에 있느니라. 오직 이 마음자리가 정토극락세계(淨土極樂世界) 요 자기의 성품이 아미타여래(阿彌陀如來)인 것이다.

  부처님께서 하루는 법좌에 오르시니 대중이 묘여 입정(入定)하자 문수보살(文殊菩薩)이 백퇴(白槌)를 치고 말하기를 “자세히 법왕의 법을 보아라. 법왕법이 이와 같느니라.”라고 하자 부처님께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법좌에서 내려오셨다.

  그러니 법좌에 앉으셨다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내려오신 그 소식을 알아야 한다. 문수보살이 백퇴를 딱딱 친 그곳에도 법문이 있고 부처님이 아무 말도 하지 않은 거기에도 법문이 있다.

  인색한 것을 경계한 말이 있다. 경전 가운데 이런 이야기가 있다. 부처님 당시에 노지장자(蘆至長者)라는 재산이 아주 많은 부자가 있었다. 어찌나 인색한지 집안식들은 잘 먹지도 못하고 헐벗고 굶주리며 지냈다. 따뜻한 봄날 돈 닷냥을 가지고 집안식구는 제쳐놓고 술과 떡을 사가지고 산에 가서 먹으며 하는 말이 다음과 같았다.

  福勝毘沙門(복승비사문 : 복은 비사문천왕보다 낫고)

  樂勝天帝釋(락승천제석 : 즐거움도 제석천왕보다 낫다)

  사천왕(四天王) 가운데 비사문천왕이 복이 제일 많은데 내 복이 비사문천왕보다 낫고 즐거움은 제석천왕보나 낫다고 술 한 잔 먹고 나서 중얼거리니, 제석천왕은 오통오력(五通五力)을 다 갖추었으니 노지장자가 닷 냥을 가지고 술과 떡을 사 먹고는 비사문천왕과 하늘의 제석천왕보다 자기의 복락이 낫다고 하니, 이 구두쇠의 심보를 고쳐주려고 제석천왕이 노지장로 변해서 노지장자의 집에 가서 광문을 열고 음식을 많이 장만하여 온 동네사람들에게 잔치를 베풀었다. 그리고 집안사람들에게 이르기를 “얼마 있으면 나와 똑같이 생긴 놈이 찾아올 테니 오거든 집안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고 내쫓아 버려라”라고 하였다.

  집안 식구들은 늘 굶주리다가 오래간만에 맛있는 음식을 실컷 먹으며 한편으로는 갑자기 돌별한 주인의 행동이 이상하다 생각하는데 조금 지나자 노지장자가 자기 혼자서 술 한 잔 먹고 들어오니 집안 권속들이 하는 말이 “노지장자는 지금 집안에 있는데 너는 웬놈이기에 우리 주인과 똑같이 생겨가지고 집에 들어오려고 하느냐 당장 나가라”라며 쫓아내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이 진짜 노지장자가 하도 기가 막혀 집을 가만히 들여다보니 웬 놈이 앉아 있는데 자기와 똑 같이 생겼다.

  할 수 없어서 고을 원님에게 진정(陳情)하기를 “제가 진짜 노지장자인데 저와 똑같이 생긴 놈이 우리 집에 들어와서 나를 쫓아내니 이 일을 해결해 주십시오”라고 하였다.

  원님이 가짜 노지장자를 불러놓고 보니 똑같이 생겨서 누가 진짜인지 모르겠다. 그래서 원님이 하는 말이 “그러면 진짜 노지장자이면 광속에 곡식이 얼마나 들어있고 은이 얼마가 있는지 알 것이니 말하여 보아라”라고 질문하였다.

   진짜 노지장자는 광속에 곡식이 얼마가 있는지 돈이 얼마가 있는지 다 알기가 어려우나 제석천왕의 변신인 노지장자는 너무나 잘 알아서 광속에 곡식은 얼마가 있고 돈은 얼마가 있다고 잘 대답을 했다. 이에 원님은 진짜를 보고 “너는 어떤 놈이 얼굴은 똑같아가지고 노지장자라 하는데 진짜 노지장자 같으면 돈이 얼마나 있고 곡식이 얼마가 있는지 다 잘 알 것인데 아무것도 모르고 그 사람은 잘 아니 그 사람이 진짜 노지장자가 아니겠느냐. 그러니 너는 가거라”라고 말했다.

  그래서 또 쫓겨났다. 그 뒤에 이 진짜 노지장자는 너무나 터무니없고 어처구니 없었지만 어쩔 수 없이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거지가 되어 얻어먹으며 여러 해 동안 갖은 고생을 하였다. 그러다가 생각하기를 이 억울하고도 어이없는 일을 고을 원님은 해결을 못하였지만 대자대비하신 부처님께 이 원을 풀어달라고 해보자 하고 부처님께 가서 저의 원을 풀어달라고 부처님은 벌써 다 알고 있는 일이라 제석천왕을 불러서 이제 고생 그만 시키고 본신으로 돌아간 제석천왕과 노지장자를 세워놓고 이르기를 “네가 전생에 복을 지어 부자가 되었는데 너무나도 인색하여 너 혼자만 복을 받으려 하고 집안 권속들과 고생을 시키고 이웃사람들 한테도 인색하게 할 뿐 아니라 비사문천왕보다 복이 많고 제석천왕보다 즐거움이 많다고 뽐내니 제석천왕이 변신을 해서 네가 인색하고 방자한 것을 고쳐 주려고 그런 것이니 이 뒤엔 다시 그러지 말어라”라고 타일러서 마음을 고치도록 하고 돌려보냈다.

  요즈음도 한집안 식구들에게까지도 지나치게 인색한 사람이 아주 없지가 않은 듯하니 일생생활을 하는데 모든 일에 중도(中道)를 취해야 현명한 생활태도가 될  것이다.

數片白雲籠古寺(수편백운농고사 : 몇 조각 흰구름이 옛 절에 어리었는데)

一條綠水繞靑山(일조녹수요청산 : 한줄기 푸른 시냇물은 청산으로 둘러 흘러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