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지혜/경봉스님

보리심(菩提心)을 發(발)하려면(경봉스님 법문중에서)

산울림(능인원) 2025. 10. 31. 14:00

  山色翠穠春雨歇(산색취농춘우헐 : 산빛이 짙푸른데 봄비는 개고)

  花庭春擁木蓮開(화정춘옹목련개 : 꽃향기 뒤엉킨 정원에 목련이 피누나)

  사람됨에 있어서 겉모습과 조화를 이루지 않는 것이 열다섯 가지가 있다. 사람됨이 어질되 같잖은 이가 있고, 마음이온량(溫良)하되 도둑질하는 이가 있고, 태도는 공손하나 속으로는 거만하고, 겉으로는 겸손하지만 속으로는 공손함이 없고, 마음은 자상하고 세밀하나 인전이 없는 수가 있고, 마음은 맑고 맑되 정성이 없는 이가 있고, 좋은 꾀는 잘 내나 막상 일을 당해선 결단성이 없는 이가 있고, 정성이 있는 듯하되 신용이 없는 이가 있으며, 황홀(恍惚)한 마음을 가지되 도리어 충실한 이가 있고, 남의 마음을 격동(激動)을 잘 시켜서 공로와 성과가 있는 이가 있으며, 외모는 용맹스러우나 실은 겁이 많은 이가 있으며, 엄숙하고 삼가는 듯 해보이나 일 처리는 경솔한 이가 있고 겉으로는 성을 잘 내나 속으로는 침체되어 있고 게으른 이가 있으며, 세력도 없고 모습도 졸렬해 보여도 이루지 못함이 없고 이루지 못할 것이 없이 모두 이루는 이도 있다.

  한(漢) 나라 때에 명장(名將) 한신(韓信)은 천하를 바로 잡을 뜻이 있었으나 집이 몹시 가난하여 매일 같이 회음성(淮陰城 ) 밖 냇가에서 낚시질이나 하며 소일하였다.

  그 냇가에는 몇 사람의 노파가 빨래를 하고 있었다. 그 노파 중에 한 표모(漂母)가 한신을 불쌍히 여겨 그에게 매일 밥을 주었다. 무명빨래가 끝날 때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같이 한신에게 밥을 주었다. 이에 한신이 크게 감격하여 “이 은혜는 꼭 보답하는 날이 있을 겁니다.”하고 인사를 하자 노파는 “육신이 멀쩡한 녀석이 제 입 하나 못 먹고사는 주제라 하도 불쌍하게 보여서 밥 몇 끼 주어 본거야. 은혜에 보답을 한다고, 그따위 소리는 하지도 말아라.”하며 핀잔이다.

  또 회음성 안에 백정 패거리 중에 평소부터 한신을 업신 여기는 녀석이 하루는 이렇게 신비를 걸어온다. “이봐 덩치 큰 친구 꼴은 제법인데 배짱은 빈 껍데기겠지.”라고 하면서 구경꾼들이 몰려오자 더욱 기가 살아서 “내 가랑이 밑으로 기어 나가 봐.”라고 하자

  한신은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가 그 녀석의 가랑이 밑을 기어나갔다. 이를 본 구경꾼들은 모두 한신을 바보 천치라고 불렸다.

  한신은 그 뒤에 한나라 유방을 도와서 천하를 평정하고 제왕(齊王)이 되었다가 초(楚)_나라로 전봉(轉封)되자 회음으로 가서 표모를 찾아 천금(千金)의 상을 내리고 그 백정도 불러서 “네가 나를 망신을 준데 격동이 되어서 더욱 공부를 잘하였기 때문에 오늘의 내가 있게 되었다.”라고 하면서 위로한 일이 있었다.

  이와 같이 겉만 보고서 그 사람의 사람됨을 평가해서는 안될 것이다. 보리심(菩提心)을 발(發)하는 이들은 마음자세를 이렇게 가져야 된다.

  첫째 대비심(大悲心)을 발해야 된다. 널리 일체중생을 내가 구원(救援)하겠다는 마음을 가져야 하니 우리 불자들은 중생계(衆生界)가 다 하도록 원력(願力)을 세우되 신심이 지극하고 원력이 지중해야 되니, 중생계가 다하고 중생 없이 다하고 중생번뇌가 다하더라도 내 원력이 다하지 않고 이 허공계가 다하더라도 내 원력이 다하지 않는다는 그러한 큰 원을 가져야 대도를 성취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둘째 대자심(大慈心)을 발해야 된다. 평등하게 일체중생을 자비심으로 내가 도와주라는 생각을 가져야 된다. 각자 사농공상(士農工商)에서 자기가 맡은 책임을 완수하고 사업을 이루어서 자기 가정에서 쓰고 남을 도울 정도가 되면 지나친 허욕으로 축재를 하려 하지 말고 먼저 이웃들과 국가 민족 나아가서는 세계 인류를 위해서 자선사업을 하려는 자세를 가지고 조그마한 일부터 헌신적으로 실천을 하면 밝은 사회가 이룩될 것이다. 현실생활에서부터 시작하지 않으면 아무리 큰 원력과 큰 이상이라도 필요가 없는 것이며 이웃과 사회가 즐거워지는 것이 곧 극락세계의 실현이지 불국토가 어디 죽어서 가는 곳이겠는가.

  셋째 안락심을 발해야 된다. 편안한 마음을 가져야 되니 마음이 불안해서는 안된다. 장가가고 시집가기 전에는 마음이 편안해서 아무런 생각도 없었는데 장가가고 시집가서 가정을 이루어 놓고 보니 없던 망상과 없던 걱정이 생겨서 오늘 일만 생각하며 살 것인데도 오 년이나 십 년 후의 일까지 곰곰이 생각하며 밤잠도 자지 못하고 이 생각 저 생각으로 불면증까지 걸리는 사람도 있는 것이다. 우리가 부모님의 태중에서 나올 때 가슴 아프고 근심 걱정 때문에 머리 아프려고 나온 것이 아니니 쾌활하고 명랑하고 낙천적인 기분으로 생활해야겠다. 일체중생들이 모든 괴로움에서 벗어나서 태평하고 안락함을 얻게 해 주려는 것으로 원력을 삼아야 한다.

  넷째 요익심(饒益心)을 발해야 한다. 남을 이롭게 해주어야 하는데 요즈음은 어떻게 하든지 남을 속이려고만 하니 모든 중생들이 악법(惡法)을 다 여의고 또한 악한 마음으로 계교를 부려서 남을 속이려는 마음을 다 없애야겠다.

  다섯째 애민심(哀愍心)을 발해야 한다. 부처님처럼 고통받는 일체중생들을 연민이 여기는 그런 마음으로 두려움에 떨며 지내는 중생들을 잘 지켜주고 보살펴야 한다.

  여섯째 무애심(無碍心)을 발해야 된다. 걸림 없는 마음으로 일체중생들이 모든 장애를 내젓듯이 내 마음 가운데 아무런 장애가 없어야 되는데 물질과 사람에 구애를 받아서 가슴이 답답하고 머리가 아프고 걱정스러우니 내가 이러한 일체의 장애로부터 해탈한 뒤에 다른 사람들도 마음 가운데 일체속박으로부터 벗어나게 해 주겠다는 원력을 세운다.

  일곱째 광대심(廣大心)을 발해야 된다. 넓고 큰 마음을 가져야 되나니 협소한 마음으로는 사소한 일로도 남과 다투고 얼굴을 붉히는 수가 있으므로 이 허공보다 넓고 천지보다 럽은 마음을 가지고 다른 사람들을 포용해야 한다. 저 바다를 보아라. 바다는 산과 유지의 온갖 더러운 것들을 말끔히 씻어서 개울을 거쳐 큰 강을 휩쓸어서 바다로 들어가면 더러운 것은 전부 없어진다.

  부처님의 말씀을 명심하였다가 좀 좋지 않은 사람을 만나면 마치 바다가 더러운 물을 포용하듯이 좋지 않은 사람을 포용하여 부처님의 법문을 말해 주어서 좋은 사람으로 만들어야 하며, 일체법계에 무한하고 광대한 마음을 가지고 일체중생들을 포용해야 한다.

  여덟째 무변심(無邊心)을 발해야 한다. 하늘도 가없고 허공도 가없는데 가없고 변화 없는 마음으로 허공과 같이 왕래 없이 용심(用心)해야 된다. 마음이라는 것은 가고 오는 것이 없는 것이라 어디를 가더라도 간 것이 아니며 와도 온 것이 아니다. 온 것 같으면서 온 것이 없고 간 것 같으면서 간 것이 없는 이것을 여래(如來)라고 한다. 그러므로 부처님 명호가 열 가지인데 여래를 제일 먼저 부른다. 우리가 아무리 먼 곳을 가더라도 이 몸을 운하는 소소령령(昭昭靈靈) 한 이 마음자리는 온 것도 아니요 간 것도 아니다.

  아홉째 관박심(寬博心)을 발해야 한다. 넓고 넓은 마음을 발하면 일체 여래를 다 보게 되나니 마음을 비우면 내 자성(自性)이 구경(究竟)에는 나타난다. 나타난다고 하는 말도 어폐가 조금은 있다.

  열째 청정심(淸淨心)을 발해야 한다. 청정하고 때가 없는 마음으로 과거·현재·미래에 어김없는 지혜로 모든 중생을 교화시키되 남을 교화시키려면 우선 스스로 지혜로워야 된다.

  열한 번째 지혜심(智慧心)을 발해야 한다. 지혜심을 발해서 널리 일체 지혜바다에 들어가야 한다. 보리심을 발하는 이들은 이러한 열한 가지를 명심해서 중생을 교화해야 한다.

  分明話出人難見(분명화출인란견 : 분명 말을 들리는데 사람은 보기 어렵고)

  昨夜三更月到窓(작여삼경월도창 : 어젯밤 삼경에 달이 창가에 비추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