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나들이 기행문을 쓰다가 삼국유사를 보게 되었는데 불국사와 석굴암에 대한 내용을 찾다가 하도 재미있는 내용이 있어 소개하겠다. 〈삼국유사〉 끝부분에 대성효 이세부모(大成孝 二世父母)란 항목이 있다. 신라시대에 김대성이란 분이 전생부모를 위해서 석굴암을 짓고 금생부모를 위해서는 불국사를 지었다는 기록이 있다. 모량이라는 동네에 한 가난한 여인이 살고 있었다. 이름을 경조라 했는데 아들을 하나 낳았다. 아들은 머리가 크고 정수리가 평평한 것이 마치 ‘성’같이 생겼다고 해서 이름을 대성(大成)이라 했다.
어머니 경조부인은 어렵게 집안 살림을 꾸려 나가던 중 남편이 일찍 세상을 떠나게 되었다. 그러니 혼자서 아이를 키우다가 하도 어려워 복안이란 사람의 집에 고용살이를 하면서 생활하게 되었다. 아들 대성이는 아주 성실해서 열심히 일을 하였으며 얼마 안 되는 새경(년년이 받는 보수)을 안 받고 나중에 한꺼번에 받기로 했다. 그리고 10년을 넘게 지나서 복안 주인은 대성에게 새경으로 받을 몇 마지기 밭을 주었다. 그러던 어느 날 경주 흥륜사에서 대법회를 개설하자 한 스님이 복안의 집에 시주를 권하려고 왔다. 그 스님이 염불 하기를 ‘단월호 보시(檀越好布施) 천신상호지(天神常護持) 시일득만배(施一得萬倍) 안락수명장(安樂壽命長)이라. 불자로서 기쁜 마음으로 보시하면 천신이 항상 보호하도다. 하나를 보시하면 만 배로 얻어 생활은 안락하고 수명은 장구하리로다. “ 하고 게송으로 이런 말씀을 하셨다.
김대성은 스님의 이 같은 말씀을 듣고 그 어머니에게 가서 ”제가 어느 스님의 말씀을 들으니 부처님에 시주하는 것은 하나를 보시하면 만 배로 얻는다고 합니다. 생각하면 나는 전생에 복덕을 짓지 못해서 금생에 이렇게 곤궁한가 봅니다. 금생에 또 보시하지 않으면 내생에는 더욱 곤란해질 것입니다. 그러니까 제가 새경으로 받은 밭을 흥륜사 법회에 보시하여 내세에 좋은 과보를 도모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라고 하니 어머니도 그 뜻이 갸륵하다고 하여 쾌히 승낙을 했다.
이에 김대성은 10년 이상 머슴살이로 받은 밭을 몽땅 부처님께 보시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서 김대성은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생전에 벌은 재산을 다 보시하고 오래오래 잘살아야 할 김대성이 일찍 죽은 것이다. 바로 그날 저녁에 신라의 재상인 김문량의 집에서 하늘에서 말소리가 들리는데 ”모량의 ’ 대성‘이 오늘 그대의 집으로 온다. “고 하였다. 이소리를 들은 집안사람들은 놀라서 모량리에 사람을 보내어 알아보게 되었다. 그랬더니 소리가 들렸던 그 시각에 대성이가 죽은 것이 확실하게 드러났다.
이날부터 김문량 대감 부인은 임신이 되어 열 달이 되어 아들을 낳게 된다. 그런데 아기가 왼손을 짚고 나왔다. 그리고 손을 펴지 않고 않다가 7일 만에 펴는데 손바닥에 ”대성“이란 두 글자가 완연하게 쓰여 있었다. 그래서 이름을 대성이라 지었다. 전생도 금생도 이름이 김대성이다. 애기가 자라면서 김대감은 모량리의 대성이의 전생의 어머니를 모셔다가 집을 크게 짓고 부족함이 없이 살게 하였다. 대성이도 성장하여 현생부모를 위하여 불국사를 짓고 전생의 부모를 위해서 석굴암을 지었다.
이런 사실에 대해서 〈삼국유사〉를 지은 일연스님은 게송을 지어 찬탄하였다. ”모량의 봄에 밭을 조금 보시하였더니 향령의 가을에 만금을 얻었도다. 어머니는 백 년 동안에 빈, 부, 귀를 다 겪었도다. 아들은 한 꿈에서 삼생(과거 현재 미래생)을 보냈도다. “ 이와 같이 〈삼국유사〉에 나오는 김대성에 대한 이야기는 인과 업보를 분명하게 말해주고 있다. 공덕을 지으면 그 과보는 분명하게 반드시 헛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는 이 같은 사실을 깊이 믿고 공덕을 많이 지어가는 생활을 해야 된다. 공덕을 짓는 일이야말로 전생의 죄업을 소멸하고 내생에 복덕을 성취하는 것이다. 복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건강의 복, 물질의 복, 사람의 복, 지혜의 복, 진리의 복이 있고 해탈의 복, 주략의 복이 있다. 복이 없으면 아무것도 소유할 수 없다. 그래서 우리는 항상 복 짓는 것이 생활이 되도록 해야 될 것이다.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은 발원이 절실해야 한다. 원(願)이 철저하면 이루어지게 되어있다. 간절한 발원에 의해서 훌륭한 공덕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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