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리는 말이 없는 것이다. 서로 쳐다보기만 해도 되고 손을 들기만 해도 거기에 다 법문이 다 있는 것이다.
육조스님의 말씀을 인용하여 보기로 하자.
설통급심통(說通及心通)이니 말이 통해야 되고 마음이 통해야 된다. 그렇게 되면 여일처허공(如日處虛空)이라 맑은 해가 허공에 찬연히 빛나는 것과 같은 것이다.
유전견성법(唯傳見性法) 하여 모든 불보살이 다 나의 성리(性理)를 보도록(見性) 말하여, 출세파사종(出世破邪宗 )이니 출세하여 삿된 종(宗)을 타파함이로다.
법즉무든점(法卽無頓漸)이나 법에는 돈오(頓悟)와 점수(漸修)가 없지만 미오유지질(迷悟有遲疾)이니 미오(媚奧)가 다만 문제이고 깨닫는 데에 더디고 빠른 것이 있을 뿐이다. 지혜가 있으면 어떤 소리를 듣든지 일문천오(一聞千悟)로 하나를 들으면 천 가지를 깨닫는 것이다. 누만 껌벅해도 서로 통해야 될 것인데 워낙 지혜가 어둡고 업장이 두꺼우니 이런 말을 해도 무슨 말인지 깜깜한 것이다. 그래서 다만 부처님과 조사스님들이 나의 성리를 보도록 말한 것이지 다른 것을 말하지 않았다.
지차견성문(只此見性門)을 다만 이 견성하는 문을, 우인불가실(愚人不可悉)이라 어리석은 아들이 그것을 다 알지 못한다.
설즉수만반(設卽雖萬般)이나 말로 하자면 천 가지만 가지고 벌어지지만, 합리환귀일(合理還歸一)이니 이치에 합하면 하나로 돌아가는 한 이치이다.
원효스님 말슴에 “이치 없는 것이 지극한 이치요 그렇지 않은 것이 크게 그렇다.”라고 하였는데 성인이 아니면 하기 어려운 말이다. 그러니 말을 하면 천 가지 만 가지 있지만 그 이치는 둘이 아니고 하나로 돌아간다는 말이다.
번뇌암택중(煩惱喑宅中)에 번뇌의 집 가운데, 상수생혜일(常須生慧日)이라 지혜의 밝은 해가 항상 빛난다. 저 해가 비록 구름 속에 들어 있지만 해의 광명은 항상 변하지 않고 그냥 있듯이 우리의 본성(本性) 밝은 그 자리는 항상 그 자리에 있다. 우리 중생이 온갖 번뇌와 진노심(塵勞心) 가운데 있지만 그 자리는 지혜의 태양과 같이 항상 밝은 자리인데 어둡기 때문에 미(迷)하여 있다. 이 마음은 지극히 고요하면 맑아지고 맑아지면 밝아지고 밝아지면 통한다. 이 밝은 마음을 깜깜하게 하고 있기 때문에 지혜가 없는 것이다.
사래번뇌지(邪來煩惱至)요 정래번뇌제(正來煩惱除)라 삿된 것이 오면 번뇌가 생기고 바른 것이 오면 번뇌가 사라진다.
늘 하는 말이지만 얼굴에 바를 정(正)자를 써 붙이고 다니면서 마음은 항상 삐뚤게 쓰고 있다. 그러니 사정구불용(邪正俱不用) 하라 삿된 마음도 쓰지 말고 바른 마음도 쓰지 말아야 한다. 사가 있으면 정이 있고 정이 있으면 사가 있으니 사정(邪正)에 간섭하지 말아야 한다.
그래서 사와 정이 다 떨어지면 청정지무여(淸淨至無餘)라 여지없이 청정한 그 자리가 나타난다.
보리(菩提)는 깨달음이니 보리본자성(菩提本自性)에 기심즉시망(起心卽是妄)이라 그 보리자성(菩提自性)에 삿된 마음을 일으키면 곧 망령된다.
정심재망중(淨心在妄中)하니 단정무삼장(但正無三障)이라 맑고 청정한 마음을 바르게 쓰면 일체 장애가 다 떨어진다.
세인약수도(世人若修道)인데 세상 사람들이 만약 이 도를 닦으면, 일체진불방(一切盡不妨)이니 모든 일에 방해될 것이 없으니, 상자견기과(常自見己過)하면 내가 무슨 허물이 있나 없나 하는 것을 항상 살펴야 되고 내 허물이 없으면, 여도즉상당(與道卽相當)이라 도는 더불어 마땅한 것이다.
색류자유도(色類自有道) 하여 색류(色類)에 모두 도가 있어, 각불상방뇌(各不相妨惱)이라 저마다 서로 방해롭든지 어려움이 없다. 이 삼라만상에 모두 법문이 있고 진리가 있고 대방광불화엄경(大方廣佛華嚴經)의 도리가 있건만 그것을 모르고들 있다.
이도별멱도(離道別覔道)하면 만약 도를 떠나서 도를 찾으면, 종신불견도(終身不見道)하리라 목숨이 다 하도록 찾아도 도를 보지 못하고 항상 마음이 걱정스럽고 가슴이 답답할 것이다.
파파도일생(波波度一生)하야 한평생 부질없이 지내다가, 도두환자오(到頭還自懊)하나니 뒤늦게 뉘우치게 된다.
욕득견진도(慾得見眞道)인데 만약 참된 도를 보려 한다면, 행정즉시도(行正卽是道)라 행하는 것이 바르면 곧 이것이 도이며 도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사람은 하루의 일이 끝나면 잠자리에 듣기 전에 내가 오늘 무엇을 하였는가. 바른 마음으로 일을 했나 삿된 마음으로 일을 했나 하고 자기 마음을 한 번 반성해 봐서 삿됨이 없으면 바르게 되는 것이다. 참다운 구도자는 남의 허물을 보지 않는다. 이런 말이 있다.
제석천왕(帝釋天王)이 인간의 수효대로 주머니 두 개씩을 꿰매어서 하나에는 자기 허물을 넣는 것이고 다른 하나에는 남의 허물을 넣게 해서 목에 걸고 자기 허물도 볼 수 있고 남의 허물도 볼 수 있도록 주머니를 꿰매어 주었는데 목에 걸 때 양쪽으로 걸어야 될 것을 잘못 걸어서 남의 허물이 들어가는 주머니는 앞으로 오고 자기 허물이 들어가는 주머니는 뒤로 가게 되어서 밤낮으로 앞에 걸린 남의 허물만 보게 되는 것이라고 한다.
보배구술이 아무런 때가 묻지 않았듯이 내 마음자리도 그 더없이 맑은 보주(寶珠)처럼 걸림이 없고 탕탕무애(蕩蕩無碍)해서 백천일월(百千日月)과 같이 밝게 빛나건만 여기에 때를 묻히니 물질에 욕심이 나서 때를 묻히고 사람에 욕심이 나서 때를 묻혀서 맑은 자리를 더럽혀 놓으니 호흡이 떨어져 죽을 때에는 어두운 기운이 그 앞을 꽉 막아서 어찌할 바를 모르고 허우대는 것이다.
그러니 한 생각 어두우면 육취(六趣)가 앞에 나타나고 한 생각 밝아지면 그런 것이 다 사라져서 대천세계(大千世界)가 텅 비어진다.
頭頭物物眞如體(두두물물진여체 : 온갖 만물이 진여의 당체요)
水水山山太古情(수수산산태고정 : 푸른 산 흐르는 물은 태고의 정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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