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인의 나들이/산울림과 메아리

추억의 우산봉

산울림(능인원) 2026. 9. 23. 11:43

  대전은 차령산맥과 소백산맥 사이에 자리한 전형적인 분지로, 중앙부는 낮은 평지이고 동서남북 사방은 해발 300~500m 내외의 산지가 둘러싼 구조를 이룬다. 갑천·유등천·대전천이 분지를 관통 하며 넓은 평야와 생활 기반을 형성했고, 그 주변으로 완만한 산록과 산악지형이 발달했다. 이 같은 분지 지형은 생활에는 유리하지만 외부 세력의 이동로가 하천과 계곡을 따라 제한적으로 형성되는 특징이 있다. 결국 분지를 방어하기 위해서는 외곽 산 정상에 감시와 방어 거점을 두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식이었다. 실제로 대전의 산성과 보루는 대부분 시내 외곽 산지의 정상부에 자리하고 있으며, 이러한 배치는 지형적 조건과 밀접한 관련을 갖는다.

  따라서 대전 지역에는 약 40여 개의 산성과 보루가 분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가지정 1개소, 시지정 23개소, 비지정 유적 17개소 등 다양한 형태로 현재까지 남아 있다. 이처럼 한 도시 안에 다수의 산성이 밀집한 사례는 전국적으로도 드물다.

 우리나라 역사적 배경도 대전지역이 전국에서 산성과 보루가 가장 많은 결정적인 이유가 있다. 대전은 마한 세력권에 속했다가 삼국시대 백제 영역으로 편입되었고, 5세기 후반 백제가 웅진으로 천도하면서 전략적 요충지로 부상했다. 백제와 신라가 정치·군사적으로 교섭하거나 충돌하려면 대전을 지나 옥천과 금산으로 나아가는 길을 이용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 지역은 두 나라가 맞닿은 접경의 성격을 띠게 되었고, 그 결과 삼국시대 산성이 집중적으로 축조됐다. 현재 대전과 금산, 옥천 일대에 수십여 개의 산성이 분포하는 것도 이러한 역사적 배경과 관련된다. 즉 대전의 산성은 특정 왕조가 일괄적으로 만든 시설이 아니라 분지라는 지형 위에서 삼국의 긴장과 교류가 반복되며 축적된 군사 유산이다.

  대전의 산성을 금강수계·계룡산계·갑천수계·보문산계·계족산 및 대청호계·식장산계 등 여섯 권역으로 구분된다. 이는 산성들이 개별적으로 존재한 것이 아니라 분지를 둘러싼 산악선을 따라 체계적으로 배치됐음을 보여준다.

  오늘은 대전에서 가장 많이 올랐던 우산봉을 등산하면서 계룡산계 산성을 경험하기로 했다. 계룡산계 산성은 험한 산세 자체가 성벽이 된 '자연 요새'를 이룬다 대전에서 서남쪽으로 방향을 틀면 도시의 분위기가 눈에 띄게 달라진다. 완만한 분지 풍경 대신 능선이 겹겹이 이어지고, 계룡산으로 이어지는 산세가 점차 높아진다. 이 일대가 바로 조사에서 '계룡산계'로 묶이는 권역이다. 이 권역 산성의 특징은 한마디로 산을 쌓은 게 아니라 산을 썼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안산산성은 유성구 고조산 정상에 자리한 테뫼식 산성이다. 성벽이 능선을 따라 둘러지며 형성돼 있는데, 실제로 올라가 보면 성벽보다 지형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급한 경사와 길게 이어진 능선이 이미 방어 조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이곳에서는 대전에서 조치원으로 이어지는 길과 주변 평야가 내려다보인다. 즉, 계룡산계 산성은 대규모 주둔시설이라기보다 분지 서남쪽으로 접근하는 움직임을 조기에 확인하는 감시 거점에 가까웠던 것으로 보인다.

  구암사에서 우산봉 사이의 능선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축토 한 흔적들을 볼 수 있다. 이 추억의 등산로를 걷다 보면 수많은 사색 중 마음을 집중시키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오늘은 험난한 세상을 잘 살아가는데 진귀한 양식이 무엇인가?라는 것을 되뇌어 본다.

  유리하다고 교만하지 말고, 불리하다고 비굴하지 말라. 무엇을 들었다고 쉽게 행동하지 말고, 그것이 사실인지 깊이 생각하여 이치가 명확할 때 과감히 행동해야 된다. 벙어리처럼 침묵하고 임금처럼 말하며, 흰 눈처럼 냉정하고 불처럼 뜨거울 줄 알아야 된다. 태산 같은 자부심을 갖고 누운 풀처럼 자기를 낮출 줄 알아야 되며, 역경을 참아 이겨내고 형편이 잘 풀릴 때를 조심할 줄 알아야 되며, 재물을 오물처럼 여길 줄도 알아야 되고, 터지는 분노를 잘 다스려야 여유가 생기며, 때로는 마음껏 풍류도 즐기며 사슴처럼 두려워할 줄 알고, 호랑이처럼 무섭고 사나워질 줄 알아야 지혜로운 삶을 살 수가 있다는 지혜를 가져야 된다. 물론 인격도야가 우선이다.

세종시도 한눈에 보이고

계룡산도 한눈에 들어오고

신선봉으로 이어진 능선

대전 현충원

분지 형태를 갖춘 대전 시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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