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딸 진
이제는 네가 시집을 가는 구나 !
물가에 놔둔 어린 아이인줄 알았는데
인격을 갖춘 성인이 되는 구나!
네가 태어난 첫해
엄마 품에 안겨 외갓집에 다녀오는 너를 보듬고
온 세상이 복사꽃으로 물들던 들판의 넉넉함에
괜히 기뻐서 덩실 덩실 춤을 추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네가 두 살 돼든 해 네 동생 청이가 태어나던 날 아침에 설거지 한다고
고사리 같은 그 작은 손으로 퐁퐁 대신 콩기름 한 병을 다 부어
할머니한테 칭찬과 꾸중을 한꺼번에 듣던 그 아름다운 것들이
이젠 우리 가족의 아련한 추억으로 남기고 시집을 가는구나!
사랑하는 진아 !
네가 커오는 지난 세월 우리는 너에게 항상 걱정과 미안함 뿐이었단다 !
누구보다 명랑하고 !
누구보다 예쁜 너에게 이 못난 아빠는 군인으로서 넉넉하지 못해
쓸 만한 학용품, 좋은 옷 한 벌도
제대로 사주지 못했어도 너는 항상 이해하고 따라주었지 !
네가 어학연수를 위해 호주로 떠나고 난 후
퇴근하면 늘 너의 방을 쳐다보며
횡하던 마음을 담배 연기에 씻어도 보았었지
지금 내마음이 그때와 같이 너의 방을 쳐다보면
씁쓸하지만 네가 이제는 더 큰 길을 가겠구나 하고 마음을 달래고 있다.
사회에 나와서도 하루도 쉬지 않고 오직 일에만 매진하며 열심이었던
네가 어느새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너의 영원한 새 보금자리를 찾아 떠나는 너를 보니 섭섭함과 미안한 마음이
교차하는 구나 !
사랑하는 예쁜 딸 진아 !
인생이란 삶엔 순탄한 길만 있는게 아니라 수많은 역경과 어려움이 따른단다 .
이제는 모든것을 너희 둘이서 슬기롭게 헤치고 쌓아가야 한단다 .
사람이 살아가는데 가장 필요한 것이 바로 힘이 있어야 살 수 있다는 것이란다
첫번째 힘이 되는 것은 바로 체력이다
남자든 여자든 건강이 따르지 않으면 모든 것이 허망하단다.
부디 건강 관리 잘 하기를 바란다.
두 번째 힘이 되는 것은 뭐니 뭐니 해도 머니가 최고라고 바로 돈이다.
의 축적은 요행수나 횡재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땀 흘린
노동의 대가에서 온다는 것을 명심하고 열심히 일하여
한 푼 한푼 저축해서 모아야 재산이 될 수 있단다.
세 번째 힘이 되는 것이 권위다 국가는 대통령이 권위가 있어야
바로서고가정에서는 가장의 권위가 있어야 가정이 바로 설 수 있단다.
남편의 권위는 아내가 세워주어야 바로 설 수 있으며
아내의 권위는 남편이 세워 준다는 것을 명심하고
아름다운 가정을 가꾸어주기를 기대한다.
네 번째 힘이 되는 것이 신뢰다부 부간의 믿음만큼 중요한 것이 없단다.
서로를 믿고 의지 할 때 부부의 존귀함을 알게 된단다.
늘 서로를 신뢰하면 행복이 보장될 것이다.
위에 네 가지만 있어도 행복하고 아름다운 가정생활을
영위할 수 있지만 살다 보면 인간의 힘으로는 안 되는 일들이 있을 때
누군가에게 의지하면 평온함을 얻을 수 있는데 그때 힘이 되는 것이 바로
종교를 가지는 것이다. 종교 하나를 선택하여 평온한 안식처를 찾기 바란다.
사랑하는 우리 딸 진아 !
어려웠고 아기자기했던 지난 일들은 아름다운 추억으로 간직하고 ,
새로운 터전을 향해 열심히 출발하는
너희들의 앞날에 늘 부처님의 가피력으로
너희들 가는길이 항상 아름답고, 즐겁고, 행복으로 가득하길 바란다 .
우리 딸 시집가던 날 아빠 능인 김철영 (2014.4.13)
For The Good times - Perry Como
'얘기 마당 > 내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세살 버릇 여든살까지 간다. (0) | 2022.02.05 |
---|---|
인생과 추억의 갈피를 넘기며 (0) | 2016.12.22 |
동지 (0) | 2013.12.22 |
인심 (0) | 2013.12.10 |
기다림 (0) | 2013.11.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