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기 마당/내 이야기

세월이 흐른 후

산울림(능인원) 2011. 4. 10. 10:03

어린 시절 생전 처음 만난 열일곱  여고 1년생

세상이 뭔지 사랑이 어떤 것이지 모르던 그 시절

나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그 소녀의 곱게 접은 편지 한장

읽고 또 읽고 답을 하고저 펜을 잡았다 놓았다 수십번

답을 할수가 없었다. 그 소녀의 마음이 내겐 너무나 벅차서...

 

헤어짐을 말했고

다음날 학교 친구들과 나를 찾아온 그 소녀는 술에 취해 울면서 

야~아무개 니가 뭔데 나한테 이러냐

그 말에 철없이 해서는 안될 모욕적인 말....

그 소녀는 고개를 숙이고 말없이

그 자리를 떠났다

 

어느덧 세월이 흘러

내 나이 서른 하고 하나 였을때 다시 찾고 싶었지만

그녀의 소식을 아는 사람은 없었다  

그렇게 흘러간 세월이 이제 반백이 넘었는데

그 소녀의 모습은 아직도 생생하다.

 

지금은 행복하게 좋은 환경에서 잘 지내겠지...

그때 던진 그 모욕적인 말 한마디가 지금도 내 귓가를 어지럽게 한다

내가 왜 그랬을까

지금 만난다면

나를 위해 사과하고 싶다

무거운 내 내음 털어 버리고 싶다  

 

왜 그녀의 입장은 생각하지 않았을까

대학으로 향한 주변 모든이의 기대

나 자신을 추스릴 수 없었던 마음을 

힘든 시절, 어깨를 억누른 부담감

삶의 한구석에서 마음만 꽉 채우던 어린시절 이었건만...

 

그 소녀는

나에 허물은 아랑곳 하지 않고

다음 날 

앞으로 꿈을 이루라고 작은 종이에 곱게 접어 보냈다

어른스런 말을 남겨준 그 소녀

 

지금은

마냥 행복 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꼭 만난다면

그 소녀가 고운 삶 이었기를

소망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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