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월의 앞산 뒷산 울긋 불긋 곱디 고운 가을단풍이
한잎 두잎 떨어지더니 이제는 앙상한 가지만 남았다.
차디찬 서릿발 내리고 북풍한설 불어오면
거리에는 크리스마스 케롤송이 울려 퍼질 것이다.
11월은 우리아들 군에서 제대한 달인데
벌써 제대한지 3년이 지나갔다.
군에 가고 난 뒤에 썰렁한 아들방의 분위기
애려오는 마음도 시간이 다 해결해 주었는데
이제는 어떻게 살려는지 걱정이다.
웅장한 대웅전으로 들어서는 분위기일까
세상만물 숨죽인듯 조용하게 겨울로 들어서는 11월
그러나 겨울을 준비하기에 분주하고
12월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세상은 급박하게 돌아 갈 것 같다.
이달이 가고나면 마지막 남은 1장의 달력
달력의 운명이나 몇 잎 안남은 나뭇잎의 운명이나
시한부 인생이나 위태롭기는 모두가 풍전등화인데
이런 역사는 매년 반복되며
나도 언젠가는 그 역사의 중심에 있을 것이다.
다가올 운명을 생각하니 삶이 허탈하기도 하고
11월은 덥지도 춥지도 않아 수술하기 좋은 시기이고
10월의 못다한 추수도 마무리 하고
1년 동안 쌓아온 실적도 서서히 정리 할 준비를 하고
겨울김장 겨울땔감 등등 뒤치닥꺼리 하는 달이다.
아랫배 불룩한 띵띵한 아줌마가 날씨가 좀 쌀쌀하다고
두툼한 윗도리 펑퍼지막하게 걸치고
버티지만 엉덩이 디뚱거리며 걸어가는 것이 힘든지
한낮 따스한 햇볕에 이마에서 땀이 삐직 삐직 난다.
피곤한지 커다란 입을 벌리고 하품도 하고
이것도 11월의 거리 풍경일 것이다.
수북이 쌓인 거리의 낙엽 그 수만큼이나.
많은 사람들이 밟고 지나가고
낙엽은 산산조각 가루가 되기도 하고
부서진 낙엽마다 지난 간 사람들의 많은 사연 담고 있을 텐데
길거리 부서진 낙엽은 곧 쓸려 나가 겠지만
그때는 사람들의 걱정거리도 함께 담아 갔으면 참으로 좋겠다.
그리고 나의 심란한 마음도 가져 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런 11월이 너무도 빨리 가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