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기 마당/내 이야기
얻을 것도 잃을 것도 없다면
산울림(능인원)
2012. 3. 7. 10:31
이루어진 것이 있다면 무너지게 되어 있음도 알게 되어
이루려 하는 마음이 반드시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살아 있다는 것은, 반드시 죽음이 있다는 사실을 깨우쳐.
삶에 대한 애착도 지나치게 갖지 않는다.
달빛에 내려진 나무그림자가 온 세상을 쓸어버려도 먼지는먼지는
일어나지 않으며 달빛이 연못을 뚫어도 흔적은 없다.
아무리 흐르는 물이 급하고 수십 길 높은 폭포가 있다 해도
언저리는 언제나 조용하다. 꽃잎이 자주 떨어져도
마음은 스스로 한가로운데 우리의 마음은 언제나 비워진 곳이 없으니 한심하다.
비워진 마음으로 사물을 본다면 몸과 마음이 어찌 자유롭지 않을 수 있을까.
앞길은 가시밭인데 오히려 많고 적음이 비교가 되고 서슬이 시퍼런 칼날만
자랑하고 있으니 극락이나 천당도 이미 토끼가 자리 잡고 있는데
서산에서 산에 걸린 인생이 오히려 누런 황금만 아낀다.
사나운 짐승은 쉽게 굴복시킬 수 있으나 사람의 마음은 항복받기가 어렵다.
산골짜기는 쉽게 메울 수 있으나, 사람의 마음을 어찌 채우겠는가.
어리석은 사람들은 이러한 이치가 무엇인지 몰라
늘 침묵하고 참는 사람에게
자신이 이긴 것으로 여겨 오히려 험담을 하게 된다
모욕을 말없이 참아내는 사람은
언제나 지는 경우가 없다는 지혜를 모른다.
자기보다 강한 사람 앞에서 애써 참는 것은
두렵기 때문에 참는 것이며,
자기와 같은 사람 앞에서 참는 것은
싸우기 싫어서 참는 것이고,
나보다 약한 사람 앞에서 참는 것이
나를 완성하는 지혜를 얻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