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기 마당/내 이야기

아직까지 가지 못하는 망설임

산울림(능인원) 2012. 2. 24. 22:24

간간히 문득 난, 서산에 지는 노을이 다된 나를 느낄 때가 있다. 조용히 혼자만의 공간 속에서 나를 느끼려 안간힘을 쓰지만 조그만 내 방안에는 이미 많은 분들이 자리 잡고 있다. 산사에서 조용히 선정에 드신 스님, 오늘도 쉼 없이중생들의 귀를 뚫어 주시려 정진을 다하시는 암도스님.... 등등

 

꿈에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송담스님도 빙그래 웃으며 스님 곁에서 자리잡고 정진하라는 말씀이 이제는 생시같이 느껴진다. 다음에 다시 인겁을 쓰고 태어난다면 무엇으로 나를 다스릴까?그져 그 스님 문하에서 평범하게도 살고 싶다.

 

고통, 고행, 아집, 번뇌까지도 세월은 모두를 삼켜버리고 말 것을 무엇이 두려워 그토록 침묵하고 있었을까?   모든 소임과 책무마저 버리고 지금도 늦지 않았다고 되뇌어도 보지만 봄 내움이 물씬 풍겨오듯 이제는 밭이랑을 일구어야 된다.

 

어느 날있었다. 열심히 나무를 손질하고 계실 때 법거랑을 청했다. 고래고래고함을 지르고 있는데 노스님이 갑자기 전지가위로 하늘을 높이 찔러 버렸다. 노스님도 하하하하.... 나도 하하하하 웃었다 삼배를 올리고는 덩실덩실 춤을 추었다.

 

주어 들은 이야기로 글을 쓰고 있는 난, 법정스님께서 쓰신 "새들이 떠나간 숲은 적막하다"를 읽고서는 문학적 면도 좋았지만 나도 언젠가는 스님처럼 글 쓰는 사람이 되고 싶어 했다. 너무나 칼날 같아서 직접 뵙기도 하고 또는 책으로 배우며 존경한 분이다.

 

먼 여정을 돌아서 범어사를 찾아 은사스님을 뵈었을 때! 그간의 세월의 무상함으로 스님을 따를 수 없다고 어렵게 말하던 날, 은사 스님께서는 눈물을 글썽이시며 먼산을 바라보시고는 먹물옷 입고 머리 깎은 스님네들을 능가할 수 있을 때 까지정진하라고 신신당부도 하셨는데 이제는 도행스님 모습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다. 그러 구도 세월은 쉬지 않고 내달아 이제 흰 머리카락이 하나 둘 나더니 반백이 되어간다.

 

그래도 난, 인생살이를 하면서 마음에 품고 살아갈 스승이 있으니 외롭지는 않다. 물론 부처님 한분 계시면 그만이지만 일상과 현실에 적을 둔 난, 사람들의 숨소리가 더 그리울 때가 많다.

 

시공을 초월해서 조그만 블로그를 만들어 나만의 공간을 가지고 때로는 묵언을 통한 수행도 해보고 어떤 날은 가만히 앉아서 또 하나의 나를 바라보고 있다.

 

삶이란 나만의 일이 아닐때가 너무 많다고들 하지만 처음도 아름답고, 중간도 아름답고, 마지막도 아름다워야 한다. 요행이나 행운보다는 현 위치에서 분수를 알고, 현실을 인정하고, 현실을 사랑할 줄 아는 평범한 만족이 행복임을 깨우치는 지혜가 필요하리라.

 

극락이나 천당의 풍요함이랄까?  줄어듬이 없는 유토피아도 알고 보면 너무나 아름다워 나의 존재가치를 인식할 수 없게 되고 지루하여 쉽사리 실증 날 것이 아닌가? 차라리 고통도 있고, 불행도 있는 사바세계에서 행복의 존귀함을 느끼며 살아가는 지혜가 더 아름답다. 가장 평범한 삶이 난, 더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