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울림(능인원) 2011. 11. 1. 15:10

내가 살아온 길을 펼쳐놓고 보니

이리저리 헛발질 비탈진 곳이 참으로 많다.

돌아가야 할 길이라면 기다리며 돌아가야 하는데

잔머리 쓰면서 질러가다가 낯선 길 엉뚱한 길을 가기도 했고

뿔나고 화나고 지루할 때도 물러서고 돌아가야 한다면

참고 기다리며 그렇게 가는것이 순리인데

그것이 괴롭고 어렵다는 것은 알지만

그렇지 못하였기에 지금 이런 모습 뿐이다.

 

세상 사람들 누가 내 마음과 똑 같을 수 있나

그러다면 속 뒤접혀 질 것인데 내가 다듬고 맞추어야 한다.

먼 길 오면서 만난 사람도 많은데

때로는 웃기도 하고 즐거워하였고

때로는 화내고 얼굴도 붉혔는데

다 내 아집이고 욕심 이기에 참모습이 아닐 때도 있었다.

 

그렇게 만난 사람들 잊어야 할 사람도 있고.

오래도록 기억해야 할 사람도 있다.

잊어야 할 사람들은 나를 원망할 것이고

기억해야 할 사람들은 나를 그리워 하겠지

이따금 이런 생각 떠 오르지만

다 부질없는 생각이 되었으며

이제는 모두들 잘 살아 갔으면 참으로 좋겠다.

 

잊지도 기억하지도 못하며 살아가기에

지나온 길에 대하여 할 말이 아무 것도 없다.

내려놓고 싶지 않지만 내려놓아야 하는 과거

이제는 모든것을 내려 놓을 때가 되었다.

속상하는 일도 화나는 일도 없으며

그 어떤 상념에도 잠기지 않는다.

 

슬프고 어리석은 일은 한심스럽지만

눈내려 덮여질까 비내려 씼껴내려갈까

앞으로 그려지는 지도는 어떤 모양일까.

그 지도는 위선도 아집도 아닌

내 참 모습이 그대로 담겼으면 참으로 좋겠다.